최근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장 재량에 따른 자율휴업일이 운영되면서 경직된 학사일정에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여름, 겨울과 봄방학을 제외하고도 학기 중 특정 시기나 주제를 택해 1주일 안쪽으로 방학을 실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효도방학이다. 5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전후로 2~3일씩 부모님 일손을 덜어드리거나 조부모를 방문하는 등 가정에서의 다양한 효도체험을 권장함으로써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급격한 핵가족화와 가족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해 가족공동체의 균열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효도방학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집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무랄 데 없는 취지를 가진 효도방학이 그 시행 초기부터 적잖은 문제점을 낳고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맞벌이 부부 증가는 물론 한부모가정의 확산 등 변화하는 사회상을 외면, 일률적으로 운영됨으로써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시설이 부족하고 방과후 교실 등 운영이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는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수용할 안전장치가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기업 풍토에서 자녀들의 학사일정 변동에 맞춰 부모 중 한쪽이라도 휴가를 낼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한 것을 감안한다면 자녀들의 효도방학이란 부모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무엇보다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빈 집에 어린 자녀들만 남게 될 경우 제때 식사를 챙겨먹기 힘든 것은 물론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모든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휴업을 하는 지금과 같은 효도방학은 모자가정이나 소년소녀 가장, 시설 아동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에 소외감이나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교육당국과 각 학교에서는 효도방학 실시에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이 요구된다. 학기 초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 효도방학의 실시와 시기를 결정해서 미리 알려준다면 부모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 실시를 지양하고 효도방학 미참여 학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실시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효도방학의 시행초기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문제점과 대안 요구는 특히 우리 기업문화의 변화를 함께 요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학교현장에서는 교과서 및 교재 중심의 강의 대신 직접 느끼고 참여하고 함께 하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점차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학부모의 지원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직원들의 사생활과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풍토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도방학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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