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3 지방선거 충북지역 유권들 인증샷 / 독자제공
6.13 지방선거 충북지역 유권들 인증샷 / 독자제공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당초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 하루 앞두고 열린데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상회했다. 시기적으로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입을 열 때 마다 여당후보 선거운동을 한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만큼 리더십 부재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야권의 분열도 패배의 원인이다. 선거전부터 뻔한 승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야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야당이 혁신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승패와 판세(判勢)를 떠나 각 정당의 당선자들에겐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일 것이다. 당내 공천과 본선경쟁의 힘겨운 관문을 뚫고 당선증을 받게 될 지방선량들은 누적된 피로를 못 느낄 만큼 감격을 누렸겠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낙천자들은 깊은 허탈감과 회한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예전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고 4년 전 도입한 1인7표제가 여전히 생소해 유권자들이 후보자 이름조차 모를 만큼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젊고 전문성 있는 인물과 여성후보들이 많이 당선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늘 그렇듯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내내 지역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지역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하고 순수한 열정과 비전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당선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그들이 '늘 처음처럼' 초심을 간직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민선 6기에서도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들이 이권개입과 갑 질 등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선거법이 강화됐음에도 충북에서 도의원을 지낸 군수후보가 상품권을 뿌리다가 적발돼 사법처리 되는가 하면 선거법 위반 또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임기 도중에 불명예 퇴진한 기초자치단체장도 많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들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의정활동은 소홀히 한 채 공무원들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등 지방자치의 참된 의미를 훼손시킨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 독선과 아집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행정력을 소모시키는 일도 흔했다. 정치판에선 선거전 딱 한달간 '상머슴'을 자처하며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 임기 4년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이들이 당선되면 공무원은 물론 지역주민의 '상전'으로 변해 지방자치를 변질시킬 수 있다.

이 같은 불미스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출마할 때 스스로 다짐했던 각오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기 때문이다. 4년의 임기는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다. 다만 그 임기를 알차고 보람 있게 그리고 한 점 부끄럼 없이 보내기 위해선 늘 초심을 간직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가 준 소중한 기회를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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