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의 노랫말 처럼 「불국사의 종소리」는 천년사직을 초월하여 오늘도 들려오는데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만든 청주 흥덕사의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청주시 운천동에 있는 흥덕사지를 복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덕사지에서 출토된 금구(禁口:공양시간 등을 알릴때 치던 쇠북)는 박물관 유리상자에 갇혀 있고 정작 흥덕사지에는 변변한 범종하나 없다. 직지교를 지나 청주예술의 전당에선 「천년대종」이 웅장한 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는 불교의 법음(法音) 큰 관계가 없는 새천년의 소리다.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는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모습을 바꾸면서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터이지만 직지를 생산해낸 흥덕사는 금당(金堂:중심이 되는 법당)한 채만 덩그러니 복원한 채 쓸쓸히 남아 있다.
 얼마전 「직지의 꿈」이라는 대중가요가 만들어진 바 있는데 「흥덕사의 꿈」이라든지 「흥덕사의 종소리」같은 노래는 아직 들은 바 없다.
 직지와 흥덕사가 모자지간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직지는 귀공자 대우를 받고(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하지만) 직지를 만들어낸 흥덕사지는 마치 뺑덕어미처럼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앞뒤가 안맞는 대목이다. 신사임당 없는 이율곡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그나마 체면치레 정도로 흥덕사지에 복원된 금당은 법당인지, 창고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예불(禮佛)이 어려운 것은 물론 향불이 꺼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회랑지, 강당지에서 나온 주초석이나 석불좌대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제터를 지키고 있는 정도다.
 유적·유물은 살아있는 관리가 중요하다. 문화재관리에 있어 예전에는 보안상, 유물상자안에 가두어 관람객과의 거리를 차단시켰으나 요즘은 가능한한 관람객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유물의 화석적 전시 일변도에서 살아있는 전시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직지를 탄생케한 흥덕사지는 마땅히 살아있는 문화유적으로 복원돼야 한다. 현재는 절터의 반쪽만 남아 있는데 이것만이라도 복원을 하여 종소리가 들려오게하고 향불이 피어오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지제작의 배경을 보다 상세히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직지제작 당시의 모습을 이곳에서 보여주고 한지를 제작하는 등 고인쇄문화를 재현한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흥덕사지의 복원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국가 사적(제 315호)이기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임의로 형질을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청주시민의 뜻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옛날 그터에 흥덕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흥덕사 복원은 특정 종교나 종파적 시각에서 조망해서는 안된다. 직지와 흥덕사지는 우리 모두의 빛나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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