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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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통 오페라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보았다. 독일의 작곡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가 작곡한 3막의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보고 나니 생동감 있는 연기와 노래에 삶의 활력소가 생긴다. 이 오페라는 그리스 신화 중 '오르페우스' 신화를 원작으로 극에 합창과 춤을 넣었는데, 그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에는 없는 새로운 기법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는 발현악기(撥絃樂器) 리라의 명수로 그의 노래와 연주는 초목과 짐승들까지도 감동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저승까지 내려가 음악으로 저승의 신들을 감동시켜 다시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을 보기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지내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이번에 공연한 오페라는 원작인 신화의 영역에서 서울의 지하철이라는 '여기, 지금, 바로' 오늘의 공간으로 옮겨와서 바로크 오페라의 한국적 수용을 시도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비극의 단골로 나오는 '엘렉트라'라는 신이 있는데, 몇 년 전 이를 각색하여 '엘렉트라 인 서울'이라는 연극을 공연한 적이 있다. 그때 지인인 MBC 정욱 탤런트가 큰 스님으로 출연하면서 초대를 하여 본적이 있다. 이처럼 그리스 신화는 연극, 음악 그리고 오페라 등으로 각색하여 무대에 가끔씩 올리고 있다.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과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다. 지하철 사고로 아내를 잃은 거리 악사 오르페오 앞에 노숙자 차림의 아모르 신이 나타나 죽은 아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한다. 그런데 조건은 그의 아내 에우리디체를 데려오는 동안 얼굴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르페오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지하철역에서 화해와 상생의 사랑가로 무대를 채운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모두가 잠든 새벽의 지하철역, 거리의 악사 오르페오가 지옥으로 아내 에우리디체를 찾아가서, 아내를 죽음의 강과 터널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데리고 왔다. 뒤돌아보면 아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아내의 간청에 마주보며 재회를 하고나니 그녀가 다시 죽었다. 그러나 사랑의 신 아모르가 이들을 예쁘게 보고 살려준다. 다시 태어난 에우리디체는 천국에서 배를 타고 오는데, 무용수들이 하얀색 옷을 입고 마중을 나와 분위기가 최고로 올라갔다. 특히 지옥과 천국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때 실제 움직이는 배를 타고 오는 연출로 더욱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단, 무용단 100여명이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 해주어 멋진 공연이 되었다.

오페라의 주인공 3명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공연을 노래로 이어져 간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다. 그리고 목소리 유지를 위하여 피나는 노력과 성대보호가 필요함을 느꼈다. 오랜만에 필자가 관람한 이번 오페라의 스토리는 음모, 질투, 욕망, 배신, 죽음 등 모든 것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 때문에 생겨난다. 우리나라에 종합예술 오페라가 정착 한지가 70주년이라니 대단하다. 문화의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서양의 오페라가 우리 고유의 판소리와 함께 더욱 발전하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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