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 좌우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2018.05.16. / 뉴시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 좌우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2018.05.16. /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은 '사람 중심의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이다. 나라살림의 큰 그림도 두 가지에 포인트를 맞췄다. 429조원에 달하는 올 예산 중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보건·복지·노동 분야다. 146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4%를 웃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작년보다 20%나 줄어 17조원 대에 그쳤다. SOC예산을 대폭 줄이면 건설 분야가 직격탄을 맞고 취업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성장잠재력과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실업자와 저소득층, 장애인등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직접 일자리사업'이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저소득층, 장애인, 만55세 이상 고령자, 결혼이민자, 한부모 가족, 북한이탈주민, 여성가장, 위기청소년, 노숙인, 성매매 피해자, 갱생보호대상자 등 취업에 장애가 많고 소득이 없어 생활난을 겪는 계층이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공공부문·민간기업의 일자리를 발굴해 한시적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사업으로 지난해 50개 사업에 2조8천614억 원을 투입했다. 고용노동부 이들 50개 사업 중 사회안전망 성격이 강한 8개 사업에 대해서는 기준중위소득 60% 초과자 및 재산수준 2억 원 이상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혹시라도 생활에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일자리를 잠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일자리사업 현장에는 취약계층과 무관한 중산층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재산이 10억 원이 넘는 사람과 월 소득 330만원이 넘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무더기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8개 사업에 참여한 51만2천여 명의 소득·재산기준 초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기준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 비율은 24.7%(12만6천여명)에 불과했다. 무려 75.3%(38만5천여명)는 소득기준을 초과했다. 더 황당한 것은 고용노동부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만55세 이상을 모두 취약계층으로 분류했지만 이 연령대에서 저소득층 비율은 외려 2014년 29.4%에서 2016년 23.2%로 감소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사업별 목표달성에 연연해 마구잡이로 모집하면서 기준도 자격도 안되는 중산층들이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잠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3조원에 육박하는 취약계층 직접 일자리사업 예산을 보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점이 있다면 개선해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예산만 집행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지금 서민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민생고를 겪고 있다. 올 1분기 소득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이다. 취약계층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할 것이다. 정부가 취약계층 일자리사업 예산의 부실관리로 당초 취지를 못 살린다면 차라리 생계가 막막한 소외계층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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