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성폭력 시달릴땐 '1366'에 노크를…삶의 희망 선물
17년째 피해여성 지킴이 역할...하루 전화상담만 평균 40여 건
위기시 현장 벗어나는 것 중요...자녀동반 입소 긴급피난처 운영
피해자 가족·부부 갈등도 상담, 도움의 손길 잡아줄 때 보람돼

유승영씨가 1366 충북센터에서 진행한 상담 내용을 확인하며 하루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신동빈
유승영씨가 1366 충북센터에서 진행한 상담 내용을 확인하며 하루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신고 전화는 주로 새벽에 많이 들어옵니다.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발생하기 때문이죠."

15일 오전 7시 30분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충청북도 청소년 성문화센터 2층 여성긴급전화 1366 충북센터에 유승영(56·여)씨가 들어섰다. 올해로 17년째 1366충북센터에서 여성 상담을 맡고 있는 그녀는 전날 야간근무자를 통해 밤 사이 발생한 신고 전화 등을 체크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1366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평균 40건에 달하며 유 씨가 근무시간에 맡게 되는 상담만해도 10여 건이다.

유씨는 상담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발결했을 경우 사건의 성격에 맞게 의료기관, 보호시설, 법률구조, 수사기관, 행정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피해의 정도는 제각기 차이를 보이지만 한 번 벌어진 사건에 대한 후유증에 대한 보살핌까지 고려한다면 유 씨가 맡고 있는 업무는 단순한 상담에서 그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지난날의 끔찍했던 사연을 말하기 위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가정폭력을 당해 센터를 직접 방문하셨던 분이 계셨어요. 그 뒤로 다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귀가하셨는데 또 가정폭력을 당해 결국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죠.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많았습니다."

유 씨는 다시는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더욱 피해자 보호에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피해자가 겪었을 아픔과 직면할 때 유 씨는 같은 여자로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가정에 두고 온 자녀로 인해 다시 귀가하는 경우 긴급피난처를 이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충북센터에는 동반자녀도 함께 입소가 가능한 긴급피난처가 운영되고 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자녀들이 당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사전에 보호할 수 있다고 유 씨는 설명했다.

하루 10여건의 상담전화를 진행하는 유승영 1366 충북센터 상담사는 "어렵게 도움을 내민 여성들의 손을 언제든 잡아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위기 여성들의 적극적인 상담 신고를 당부했다. /신동빈
하루 10여건의 상담전화를 진행하는 유승영 1366 충북센터 상담사는 "어렵게 도움을 내민 여성들의 손을 언제든 잡아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위기 여성들의 적극적인 상담 신고를 당부했다. /신동빈

 

"도움의 손을 내민 여성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일.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하는 일이죠."

유 씨는 가정폭력을 당했을 경우 반드시 안전을 위해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 머무를 경우 폭력이 지속될 수 있고 신고 또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이탈했다면 곧바로 피해 사실을 1366 전화를 통해 알려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112나 119, 주변 지인에게라도 신고해야 한다. 또 신체적인 폭행을 당했을 경우 즉시 치료를 받아 진료기록이나 사진 등의 증거자료를 보존한 뒤 상담을 통한 법적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도 1366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거리에 나가 캠페인도 벌이고 홍보 리플렛도 제작해 배포해도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흔히 112나 119에 신고를 하셔서 오시는 경우가 많죠. 1366을 알고 계셨더라면 보다 빨리 전문기관을 통해 상담과 보호를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이러한 부분도 저희가 꾸준히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씨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피해자 스스로가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여성긴급전화 '1366'은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 1년 365일에 하루를 더해 '1년'의 '1'과 '365일+1일'을 뜻하는 '366'이 결합된 숫자다. 이는 더해진 하루만큼 충분하고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특히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연중 24시간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폭력 피해여성과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부부갈등으로 인한 위기 여성도 1366이 지원하는 대상자에 속한다.

면접상담실과 전화상담실 등으로 구성된 1366 충북센터 내부 모습/신동빈
면접상담실과 전화상담실 등으로 구성된 1366 충북센터 내부 모습/신동빈

 

1366 충북센터는 가정폭력, 젠더폭력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성매매 등 대다수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은 전화 뿐만 아니라 면담, 현장상담, 사이버상담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가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유 씨와 같은 1366 충북센터의 상담자는 3교대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때문에 다소 체력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녀는 위험에 처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라고 자부했다. 유 씨는 앞으로도 어디선가 숨어 혼자 고민하고 있을 피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위기는 시간을 정해놓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들로부터 끝까지 여성을 보호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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