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안경 다시 쓰고 있다. 같은 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당원들에게 침통한 얼굴로 인사말하고 있다2018.06.14. / 뉴시스
홍준표(왼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안경 다시 쓰고 있다. 같은 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당원들에게 침통한 얼굴로 인사말하고 있다2018.06.14. / 뉴시스

"더 이상 홍준표를 두고 볼 수 없어 끝장 내러 간다" 투표장으로 향하던 지인 A가 건넨 말은 충격이었다. 그는 평소 자신이 합리적 보수임을 자랑하며 매번 보수후보에 표를 던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진실이 있었다. 헌정사 이래 최고의 압승과 참패를 기록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마저 개혁에 동참한, 아니 보다 정확히는 '보수에 의한' 보수의 궤멸이다.

홍준표와 안철수로 대표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도부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은 여전했고,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비리가 수사와 재판으로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그들에게는 최악인 악재도 있었다. 그러나 외부환경만으로 정치적 성패가 좌우된다면, 그리고 그 성패 책임을 객관에만 돌린다면, 정당과 그 리더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또 다시 대선에 도전한 고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지역적인 절대 불리함속에서도 평생의 정적이었던 김종필과의 연대와 끈임 없는 우클릭을 통하여 1997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01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탄핵역풍과 차떼기사건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했지만,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의 천막당사로 비록 원내 1당의 지위를 내줬지만 121석을 지켜냈다. 이후 천막당사는 한국 특유의 정치용어가 되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양대 보수정당 리더들의 정치적, 선거전략적 무지와 무능은 극에 달했다. 촛불과 탄핵으로 기존의 보수가 설자리를 잃었고, 남북과 북미관계는 대화와 평화 모드로 혁명적으로 급변했다. 시대적 환경은 보수에게 철저한 변화를 요구했고, 임박한 선거지형은 보수에게 절대 불리함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보수의 가치와 역할은 시대의 요구와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새로이 정립되어야 했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고 객관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임박한 지방선거를 치르며 최소한이라도 변화에 일시 순응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차선의 선거전략이라도 도모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변화 요구에 완고하게 저항하며 이미 철 지난 색깔론에만 집착하고, 존재자체가 불분명한 샤이 보수?샤이 안철수와 유권자의 견제심리?보수표 집결이라는 헛된 망상에만 기댈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환경의 불리, 리더의 정치적 무능, 선거전략의 잘못만으로, 헌정사 이래 최악의 참패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홍준표 대표의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은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같은 당 소속의 동료의원이나 후보자에게까지 퍼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대화와 평화를 향한 어렵고 진지한 노력을 평화쇼라고 일축하고, 어느 의원이 '홍갱이'라고 풍자할 정도로 색깔론만 들먹였다. 그의 언행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헛웃음만 토해내며, 홍대표가 민주당선거대책본부장이라고 조롱했다. 급기야 같은 당 소속 후보자들로부터의 탄원으로 지원유세를 중단하기까지해야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당과 저당, 은퇴와 복귀를 너무 많이 반복해 어지러움을 넘어 시민들의 구토를 유발할 만한 손학규 전 대표를 당의 지방선거 얼굴로 내세우고, 당선가능성이 전무하여 별반 의미도 없었을 보궐선거에 자신의 측근을 무모하게 꽂아 넣으려는 적전 분탕질을 했고, 자신의 당보다 거대정당의 후보자에게 전혀 현실가능성이 없는 무조건 양보를 요구하는 몽니를 부리다가, 결국은 자신의 선거에서마저 치욕적인 3위로 주저앉는 창피를 당했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마키아벨리는 "최악의 군주는 백성들로부터 경멸을 받는 군주"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은, 홍 대표가 기본적 인격 소양이라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안 전 대표가 초보적 정치이성이라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지인 A씨와 같은 보수지지자들까지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보수의 대표자인 홍준표와 안철수에게 보낸 '정치적 경멸'의 의사표시일지도 모른다. 그 둘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당지도자의 지위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정치적 경멸을 건넨 시민들은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 그들의 완전한 정치퇴출이, 현실의 보수정치가 그나마 남아 있는 품격과 실력이라고 유지하는 길이고, 미래의 보수정치가 바람직하게 재정립되기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홍준표와 안철수의 완전한 OUT, 보수정치의 희망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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