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 '화합의 지혜'로 총장 부재 장기화 벽 넘은 한국교통대

박준훈 한국교통대학교 제7대 총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각종 현안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우려를 샀던 국립 한국교통대학교가 지난 15일 신임 총장이 임명으로 한시름을 덜게됐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한국교통대학교 융합기술대학 전자공학과 박준훈(61) 교수를 제 7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교통대가 지난 2월 12일 박 총장을 1순위 총장임용 후보자로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박 총장은 임명에 대한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각종 어려움에 직면한 교통대의 현실 속에서 총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맡게된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본보는 위기에 처한 교통대의 구원투수로 나선 박준훈 총장을 만나 위기 극복 방안과 대학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보고 교통대의 미래를 진단해 보기로 한다. / 편집자

 

한국교통대 캠퍼스 전경

교통대는 총장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대학 중장기발전계획 수립 등 학내 주요 사안들에 대한 결정도 미뤄져 왔다.

그동안 링크플러스사업이나 에이스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에서 탈락돼 재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교통대로서는 모든 면에서 조급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향후 교육부 주관의 각종 평가에도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등 쌓여있는 현안이 첩첩산중이다.

잇따른 국책사업 탈락과 총장 부재 사태 장기화로 구성원들마저 심한 위기의식에 놓여있다.

뒤늦게나마 총장 부재 사태는 해결됐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교통대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고무적인 일은 교통대 구성원들이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학 구성원들은 어려울 때 빛을 발했다.

이 대학 교수회는 총장 임명이 늦어지자 지난달 8일 '총장 부재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에서는 조속한 총장 임명을 위한 호소문을 작성해 전 구성원에게 서명을 받기로 의결하고 직원단체 등과 함께 같은 달 23일부터 29일까지 서명을 받았다.

호소문에는 전체 교수 315명 가운데 무려 95%인 299명이 서명했다.

교수들은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 이처럼 한뜻으로 뭉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여기에 학생들도 총학생회와 단과대학학생회, 학과학생회 임원 전원인 417명이 동참했고 직원 184명과 조교 66명도 참여했다.
이처럼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한 목소리로 총장 임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교통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다.

교통대는 그동안 교수들 간의 갈등과 교수회와 직원단체 간의 대립, 충주와 의왕, 증평 세군데로 나눠진 캠퍼스 구성원들 간의 갈등 등 학내 구성원들 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교수들 간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은 외부로까지 번져 외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번에 총장 임명이 늦어진 것도 선거결과에 불만을 가진 일부 교수들의 투서와 진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구성원들 간 화합을 도모하는 움직임은 아주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만든데는 이 대학 교수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중웅 교수회장은 교통대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의지를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 때 교수회와 대립 관계에 있던 직원단체 대표들과 수시로 만나 학내문제를 진지하게 상의하고 공동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또 교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득에 나서 대부분의 교수들로부터 대학 발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호소문에도 서명을 받았다.

결국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대학발전을 위해 너나없이 함께 나서기로 하면서 교통대는 위기를 오히려 호기로 만들고 있다.
 

남중웅 교수회장이 교통대 총장의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교육부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남중웅 교수회장이 교통대 총장의 임명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교육부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충주시사회단체연합회(회장 정종수)도 교통대 위기극복을 위해 교육부와 청와대에 조속한 총장 임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보내는 등 지역사회의 동참도 이어졌다.

비록 임명이 다소 늦어진 면은 있지만 박준훈 총장은 임명은 역대 총장에 비해 이처럼 든든한 지원군을 갖춘 셈이다.

박 총장은 이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향후 교통대의 미래설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박 총장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초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1991년, 당시 충주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28년 간 이 대학에서 생활했다.

1998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모두 충주로 이사온 충주시민이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간 기관인증 평가기관인 한국대학평가원에서 평가단장을 역임해 각종 평가에는 전문가다.

또 이 대학에서 첨단과학기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링크사업단장을 역임해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

교통대의 앞날이 밝은 이유다.

박 총장은 교통대의 각종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을 통해 미래 설계를 하고 있다.

먼저 학과단위 모집을 학부단위 모집으로 변경하면서 발생된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나설 계획이다.

학부단위 모집으로 인해 원치 않는 전공으로 편입된 학생들이 상실감을 갖게되고 중도탈락률이 높아지는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학과의 통합이나 전공단위 모집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생각이다.

또 다양한 국책사업에 대비해 조직을 갖추고 정비하는 일도 늦출 수 없는 현안이다.

링크플러스사업 진입을 위한 대비도 해야 되고 각종 교육평가와 기관인증 평가에도 대비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형편이다.

박준훈 한국교통대학교 제7대 총장

지난 2014년 전임총장 재임시 수립된 대학 중장기발전계획도 현실에 맞춰서 재정비할 계획이다.

대학발전계획은 구성원들이 중심돼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총장 선거에서 BEST(Basic Ensemble System Tomorrow) KNUT(한국교통대학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학으로서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잘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은 물론, 화합과 소통에 나서고 다양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비해 미래지향적인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최근 남과 북이 평화무드를 이어가면서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남과 북의 공동 관심사인 철도기술과 철도인력 양성 등을 위해 '유라시아교통연구소'를 설립하는 일이다.

국내 유일의 교통 특성화대학으로서 향후 북한 평양철도대학과 MOU를 맺고 교수와 학생 교류를 추진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교통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교통대학교의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훈 총장은 "교통대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게돼 어깨는 무겁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고 함께 합심해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를 오히려 호기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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