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다양성보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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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밤꽃이 피었습니다. 흰 밤꽃의 짙은 향은 여름으로 오는 날을 알려줍니다. 6월은 우리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방선거와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월드컵까지 이렇게 바쁜 소식들에 귀와 눈을 빼앗기는 시간입니다.

소식 전하는 것을 떠올리면 편지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편지보다는 문자나 SNS가 대체하고 있지만, 거리를 바쁘게 달리는 집배원의 오토바이 소리는 설레게 하기도 합니다.

우체국의 마크는 흔하게 만나는 우체통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의 새입니다. 새의 꽁지깃이 V자로 생긴 것이 제비를 형상화했습니다.

1983년 우체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서 제비를 선정하게 되었는데 이 마크에는 세 마리의 제비가 겹쳐진 모양입니다. 제비는 예로부터 이롭고 친숙한 새로 속도가 빠른 새입니다. 세 마리의 제비는 신속, 정확, 친절이란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비는 전래동화인 흥부와 놀부에도 중요한 조연을 맡고 있습니다. 박 씨를 물어다 주어 급박한 스토리 전개를 해주는 역할입니다. 실제 권선징악을 내리는 것은 바로 제비입니다.      

제비는 우리나라에 오는 대표적인 여름철새입니다. 보통 유라시아 대륙 중·남부, 아프리카 북부, 동남아시아, 필리핀, 인도 등 남쪽의 따듯한 곳에서 겨울 보내고 3~4월에 우리나라로 와서 늦게는 10월까지 새끼를 낳고 여름을 보내는 새입니다. 몸은 대부분 푸른 색 광택을 띠는 검은색입니다. 이마는 적갈색이며 몸 아래인 배는 흰색이고 꼬리 부분에 꼬리깃이 두 개가 길게 나와 있습니다. 보통 무리 지어서 이동하는데 농경지나 하천, 개방된 곳에서 빠르게 날면서 곤충을 잡아먹고 살아갑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인가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습니다. 보통 4~5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알을 2주 정도 품어주면 새끼가 깨어납니다. 그 후에 20일 정도 정성껏 보살피면 다 자라게 됩니다. 제비는 이렇게 2번 정도 번식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제비는 4종 정도로 제비, 귀제비, 흰턱제비, 흰털발제비가 있지만 실제 우리가 만나는 제비는 제비와 귀제비입니다.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에서는 4월부터 충북 지역 중 도심지역인 청주 인근 지역에 제비 서식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처음 제비집을 찾아간 곳이 보은군 내북면의 창리 삼거리입니다. 이 곳에 제비집을 조사해본 결과 총 59개의 제비집이 있으며, 그중에 4개는 귀제비의 집이었습니다. 제비집과 귀제비 집의 구분은 쉬운 편입니다. 제비집은 사발처럼 생겨서 처마 밑에 붙여놓은 모습이지만 귀제비의 집은 입구가 있는 동굴처럼 생겨서 호리병 같은 모습입니다. 귀제비가 집으로 오는지 한참을 보고 있는데 가게 앞에 나와 계신 어르신들이 앵매기집을 왜 사진 찍는지 물어보십니다. 

앵매기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봐서 인지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둥지를 가리키고 앵매기집이라고 부르는지 물어보니 앵매기집인데 요즘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매기는 바로 귀제비를 뜻하는 것입니다. 왜 앵매기 인지 물어보니 '앵매기 콧구멍'도 모르냐며 핀잔을 들었습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앵매기는 귀제비의 방언으로 맹매기, 명매기, 굴제비 등으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불립니다. 하지만 제비와 달리 맹매기는 반기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재수 없는 새라고 하시면 제비가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앵매기를 찾아보니 명말조, 명망조 등의 단어가 같이 나옵니다. 명나라 말기에 궁궐에 제비와 닮은 새가 떼 지어 앉으니 불길하여 쫒아버리자 더 떼 지어 모였다고 합니다. 의종(毅宗)이 죽은 후 명망조(明亡鳥)라 불리며 집집마다 둥지를 틀면 부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귀제비는 제비 100마리 중 2~3마리 정도밖에 관찰되지 않는 중요한 새입니다   

언제부터 제비는 이제 찾아서 봐야 하는 생명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많은 생명들이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행운을 물어다 주는 제비처럼 우리가 생명을 물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제비에 얽힌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어 다음 달에 이어서 제비와 생태적 관계를 맺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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