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대병원 전경 / 중부매일DB
충북대병원 전경 / 중부매일DB

충북대병원은 지난 1991년 개원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병원이 위치한 청주 개신동 사거리를 지나다보면 해마다 의료시설이 확충되고 있는 충북대병원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충북지역암센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권역호흡기 전문 질환센터, 권역외상센터 등 여러 질환별 전문센터가 충북대병원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 평균 약4,000명의 외래환자가 방문하고 800여 명의 입원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충북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으로 우뚝 성장했지만 과도하게 수익성을 치중하면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해야 하는 의료기관으로서 기본적인 책임감을 망각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8년 전 의료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산모에게 퇴원을 강요하고 진료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최근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은 병원 측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환자는 2010년 2월 중순 충북대병원에서 유도 분만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뒤 지혈이 되지 않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회복 불가능한 신체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이후 피해환자측은 7년여 간 지루한 법정싸움을 벌여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긴 했다.

하지만 충북대병원은 환자에게 의료계약 해지통보 이후 발생한 진료비 1천900여만 원 지급과 강제퇴원을 요구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로 '보존적 치료'에 그치는 만큼 상급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환자가족들에겐 피눈물이 날만한 일이다.

병원 측 과실로 멀쩡한 산모가 식물인간이 된 것도 모자라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쫓겨나게 생긴 것이다. 의료인의 윤리적인 지침인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할 정도다. 충북대병원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를 상대로 낸 '퇴거 등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은 지극히 지당하고 명쾌한 판결이다.

충북대병원은 환자가 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방의 상급종합병원들의 지난해 의료수익 성장률이 7.8%에 달하지만 충북대병원은 2194억 원으로 전년대비 15.4% 늘어 경상대병원과 함께 전국 최고수준이다. 병원경영을 잘한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의료기관의 윤리적인 마인드를 벗어났다면 질타를 받아야 한다.

한헌석 충북대병원장은 병원 홈페이지에 실린 인사말에서 "최적화된 진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최우선 하는 환자중심의 병원으로써 최상의 진료와 공공의료를 수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환자중심이 아니라 오로지 '돈벌이'에 치중한 것이다. 병원 측이 환자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자신들의 잘못으로 8년째 의식 없이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와 그 곁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을 상대로 병원퇴거를 청구하는 소송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료시스템 개선과 쾌적한 시설 환경 그리고 높은 의료수익률이 일류병원의 요건이 아니다. 충북대병원이 진정으로 도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으려면 '환자중심병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 지방 3류 병원을 탈피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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