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달아 '달래강'...인문예술프로젝트 시동

달래강프로젝트워크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북학연구소는 충북 재발견 사업의 하나로 달천(달래강) 유역의 잠재된 유·무형의 문화자원을 발굴·재조명하는 '달래강 123 인문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23'은 보은 속리산 천황봉에서 발원해 청주시와 괴산군을 거쳐 충주를 돌아 남한강 본류와 합류하는 구간이 '123km'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삶의 터전 달래강이 그 대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명승의 재발견, 문화유산의 가치 재조명, 사는 이야기 발굴, 예술적인 표현과 활용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러한 작업은 달천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인문학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며 워크샵, 현장탐사, 전시회, 보고서 제작 등이 추진된다. 중부매일과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달래강 123 리포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으로 이상기 충북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이 맡아 총 20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 달래강 가치와 의미 찾아내는 사람들

4월 14일 달래강을 사랑하는 사람들 30여명이 속리산 정이품송 앞에 모였다. 달래강 123 인문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길 양쪽 가로수길에 벚꽃이 떨어진다. 올해는 봄비가 잦고 기온이 낮아선지 벚꽃이 늦게 피었다. 정이품송도 비를 맞은 채 서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가지가 부러지고 수세가 많이 약해졌지만, 속리산과 법주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손짓을 한다.

운무로 속리산은 보이지도 않는다. 비를 피해 회원들은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회의를 진행한다. 물길 지도를 통해 달래강 상류를 이해하는 게 첫 번째 일이고, 달래강의 역사와 지리를 문헌을 통해 확인하는 게 두 번째 일이다. 세 번째는 달래강이라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려고 한다.

주최측에서 두 개의 지도를 준비했다. 하나는 달래강 발원지고, 다른 하나는 달래강 보은구간이다. 

달래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천왕봉 서쪽 상고암(해발 940m) 석간수에서 발원한다는 게 그동안 정설이었다. 그런데 천왕봉 아래 천왕샘(해발 1020m)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2008년 '달래강의 숨결' 탐사팀에 의해서다. 6번의 탐사를 거쳐 천왕봉 아래 봉수대터 샘물을 달래강의 발원지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나온 '우리 가람 길라잡이' 지도책 '우리 강을 찾아서'에 보면 달래강의 유로시점(발원지)을 청법대와 신선대 서쪽 아래로 보고 있다. 이 물은 금강골이라 불리는 골짜기를 따라 경업대, 금강골휴게소, 비로산장, 세심정으로 흘러 내려간다. 그리고 달래강의 하천연장 기점은 법주사 위 상수도수원지로 잡고 있다. 기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하천의 길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천의 발원지 역시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연지리적으로는 하천의 유로 종점에서 거리가 가장 먼 지점이다. 그러나 인문지리적으로는 인간이 사용하는 샘이 발원지가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연지리적으로 속리산의 발원지는 천왕봉 또는 신선대 아래가 된다. 그에 비해 인문지리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솟아나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상고암이 될 것이다.


# 역사와 지리서에 나타난 달래강

달천의 상류인 속리산 계곡

달래강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서는 박종석 서원대학교 객원교수가 발제를 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에 나오는 속리산과 달천 자료를 인용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충청도 보은현 '산천'조 자료에 따르면, 달래강의 발원지는 문장대가 된다.

"속리산(俗離山): 산마루에 문장대(文藏臺)가 있는데, 층이 쌓인 것이 천연으로 이루어져 높게 공중에 솟았고, 그 높이가 몇 길인지 알지 못한다. 대(臺) 위에 구덩이가 가마솥만한 것이 있어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와도 더 불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세 줄기로 나뉘어서 쏟아져 내리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錦江)이 되고,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북으로 가서 달천(達川)이 되어 금천(金遷)으로 들어간다."

이중환의 '택리지'복거총론 '산천'조에 따르면 속리산은 달천의 상류다. 물이 돌에서 나오는 까닭에 물맛이 달고 차다. 색은 맑고 푸르다고 했다. 

"감여가(堪輿家)는 속리산을 돌 화성(火星)이라고 한다. 그러나 돌의 형세가 높고 크며, 겹쳐진 봉우리의 뾰족한 돌 끝이 다보록하게 모여서 처음 피는 연꽃 같고, 또 횃불을 멀리 벌여 세운 것 같다. 산 밑은 모두 돌로 된 골이 깊게 감싸고 돌아서 여덟 굽이 아홉 돌림이라는 이름이 있다. 산이 이미 빼어난 돌이고, 샘물이 돌에서 나오는 까닭에 물맛(水味)이 맑고 차갑다(淸冽). 색은 달고 푸르러 가히 사랑할 만하다. 충주 달천의 상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충청도 충주목 '산천'조 자료에 따르면, 달천은 속리산 삼파수 중 서쪽으로 흐르는 물길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달천 물맛을 최고로 여겼다고 한다. 이 세 자료를 종합하면 달천 물은 맑고 달아 조선 제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달천(達川): 근원이 보은현(報恩縣) 속리산(俗離山) 꼭대기에서 나와서 그 물이 세 갈래로 나뉘는데, 그 하나가 서쪽으로 흘러 달천이 됐다. 본조(本朝)의 이행(李行)이 능히 물맛을 변별하는데, 달천 물을 제일이라 하여 마시기를 좋아하였다."


# 달래강의 어원에 대한 토론

상고암

그러므로 달천, 달래강이라는 단어는 물맛이 단 내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단내였는데, 이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음운학적으로 달래로 변했다. 그리고 달래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달천(達川)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달래와 달천이 공존하게 된다. 그런데 달래와 달천은 하류인 충주지역에 이르면 강처럼 폭이 넓고 수량이 많아진다. 그 때문에 강이 붙어 달래강 또는 달천강(達川江)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과 생태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달천의 달자가 '수달 달'자로 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달이 서식하는 하천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주장이다. 수달내가 줄어서 달내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생물의 서식을 고려해서 하천의 이름을 짓는 것은 아주 협소한 영역에서는 가능하지만, 123㎞나 되는 긴 하천을 통칭하는 이름으로는 불가능하다.

인문학적인 측면, 예술적인 측면, 생태적인 측면의 전문가들이 펼치는 달래강 탐사 프로젝트, 앞으로 협업과 논쟁이 뜨거울 것 같다.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 후 회원들은 각자 임무에 맞춰 법주사와 속리산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학술적으로 탐사하기로 한다. 탐사는 문화와 역사팀, 예술팀, 환경과 생태팀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 이상기 충북학연구소 객원연구원·중심고을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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