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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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짜 준 내 조끼, 정말 멋있지?" 아기 생쥐가 자랑한다. 지나가던 오리가 생쥐의 작은 빨간 조끼를 보며 탐욕스런 눈빛을 보낸다. "정말, 나도 한 번 입어보자."라는 말과 함께 '조금 끼나?'라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인다. 옆에 있던 원숭이도 부러운 듯 "정말, 나도 한 번 입어보자. 조금 끼나?"라는 행동과 표정을 따라 한다. 자신들에게 작은 조끼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하는 순간이다. 물개, 사자, 얼룩말도 빨간 조끼 입기에 도전하지만 불가능한 처지임을 곧 알고 아쉬움을 남긴다. "그건 내 조끼야." 동화책 내용의 일부다. 몇몇 동물들을 거치는 동안 빨간 조끼는 어떻게 되었을까? 또 마지막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코끼리는 아주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예상과는 달리 빨간 조끼를 코에 걸고 천연덕스럽게 빙빙 돌리며 논다. 만약에 코끼리가 자신의 큰 덩치를 생각하지 않고 몸에 옷을 맞추려고 했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남 보기엔 좋아보여도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일이기에 꽤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어떤 일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빨간 조끼는 엄마 생쥐로 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이 아니었던가? 한편, 빨간 조끼의 주인인 아기 생쥐 입장에서 보면 무척 화가 날 일이기도 하다. 아니, 화가 났을 것이다. 실제 화를 낸다. 퉁명스럽게 "그건, 내 조끼야"하며 이 문제의 핵심적인 대목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다. 아기 생쥐는 눈앞에서 무용지물로 변해 가는 자신의 옷을 고스란히 본다. 약자일 수밖에 없다. 남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며 욕망을 불태웠던 다른 동물들의 불필요한 열정이 생쥐에겐 엄청난 재난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현장도 학생들의 몸에 맞는 옷을 찾아가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개진할 할 때다. 화려한 슬로건보다 학생들의 잠재적 소질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멀리보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학습방법,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기초적인 품성과 적응교육에 더 앞장서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사교육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폭넓은 경험과 교류보다는 개인의 성공, 목표달성에만 치중하는 경향이다. 가끔 남을 보며 우리는 배운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 도전의식과 성취감,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좋은 경험은 좋은 경험을 부를 테니까.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오늘도 점심 식사 후 책쓰기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다녀갔다. 그들은 2학기 독서동아리 책 출간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 중 이다. 하지만 늘 시간이 없단다. 나도 오늘만큼은 다각적인 방향에서 의견을 나누고 싶은데 꿈같은 얘기다. 오후엔 또 인근학교 컨설팅이 있어 나갔다. 선생님들과 오순도순 원탁에 둘러앉아 "그건, 내 조끼야." 독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학생들을 피드백하게 된다. 선생님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학습전략이니 맞춤형 수업전략이니 평가니 하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선생님들 스스로가 디테일(detail)한 부분까지 평가하고 있지 않는가? 나는 아직 뭔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는데.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 좋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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