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찾아 10년…도감 제작이 꿈인 '나비박사'
국내 280종 중 150종 사진 기록 5만장 보유
"개체수 최다 6월…나비 통해 생태 공생 배워"
전국 누비며 공부·촬영·기록·동호회 활동까지

'나비박사' 박근식씨가 나비를 관찰하고 있다. / 박근식씨 제공
'나비박사' 박근식씨가 나비를 관찰하고 있다. / 박근식씨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녹색부전나비, 쌍꼬리부전나비, 산네발나비, 국가지정보호종 붉은점모시나비….

나비 개체수가 가장 많은 6월, 나비 이름을 줄줄 꿰고 있는 '나비박사'가 있다. 청주출신의 박근식(48) 충북기업진흥원 일자리지원부장은 나비의 '열혈팬'이 된 지 10년이 됐다.

"6월이 나비가 가장 많이 보이는 시기에요. 봄 나비는 3월 말에 나오기 시작해 수명이 한달이라 거의 죽었을 거예요. 지금 나오는 나비들은 알로 월동한 종들이고 가장 예쁘면서도 개체수도 많아요."

박 부장은 주말마다 나비를 보러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나비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단다.

우리나라 도감에 기록돼있는 나비는 280여종.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80~100종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볼 수 있는 나비 200종 중 150종을 만났다. 나비를 찾아다니고 관찰하고 촬영하고 기록해놓는다.

박근식씨가 촬영한 쌍꼬리부전나비. / 박근식씨 제공
박근식씨가 촬영한 쌍꼬리부전나비. / 박근식씨 제공
박근식씨가 강원도에서 촬영한 작은멋쟁이나비. / 박근식씨 제공
박근식씨가 강원도에서 촬영한 작은멋쟁이나비. / 박근식씨 제공

"나비를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나비가 꿀만 빠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접사촬영을 해보면 눈으로 보지 못했던 날개비닐 하나하나, 겹눈이 주는 아름다움, 나비 알의 정교함 등 어떤 조각작품보다 매력적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비생태에 대한 공부도 소홀하지 않다. 280여종의 나비 이름과 모양, 서식지역, 특징 등을 꿰뚫고 있고, 전국의 '나비박사'들로 구성된 동호회('풍게나무숲') 활동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변온동물이라 아침시간대에 활동성이 약해서 이때 사진을 찍으면 좋아요. 산제비나 제비나비 종들은 아침에 축축한 땅바닥에 많이 앉아있으니까 그때를 노리는 거죠. 네발나비과 나비들은 짐승 똥에 많이 모여요."

나비에 눈뜨게 된 것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01년 충북기업진흥원 개원멤버로 입사한 박 부장은 당시 각종 행사사진 촬영을 담당해 카메라를 잡아야 했고, 잘 알아야 했다.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사진에 관심갖게 된 것이다.

'나비박사' 박근식 충북기업진흥원 일자리지원부장이 나비 관련 책을 들고 나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미정
'나비박사' 박근식 충북기업진흥원 일자리지원부장이 나비 관련 책을 들고 나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미정

"곤충의 생활사를 보면 약한 녀석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생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모습에 교훈을 얻어요. 사람도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나비도 곤충간 공생을 해요."

보통 나비들은 나뭇잎이나 풀을 먹으면서 애벌레 시절을 보낸뒤 나비가 되지만 쌍꼬리부전나비의 경우 특정 개미 종이 애벌레를 개미굴로 물고 가서 그 안에서 나비로 성장한다고 예를 들었다.

"나비는 생태피라미드에서 최하단 1차 소비자에요. 식물 바로 윗단계이죠. 나비의 애벌레는 새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거미나 개미, 벌, 파리의 먹잇감이 되기도 해요. 알이 나비로 생존할 확률은 2%에 불과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나비이지만, 생태를 알아갈수록 재미있고 배울 게 많다고 했다.

꼭 만나보고 싶은 나비로는 쐐기풀나비를 꼽았다. 

"쐐기풀나비는 멸종위기종인데 한번도 못 봤어요. 백두산이나 중국 연변에서는 아주 흔한 나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화천에서나 아주 간혹 볼 수 있는 종입니다. 날개가 붉은색이고 무늬가 화려해요."

박근식씨가 충북 제천에서 촬영한 도시처녀나비. / 박근식씨 제공
박근식씨가 충북 제천에서 촬영한 도시처녀나비. / 박근식씨 제공

가장 예쁜 나비로는 날개에 붉은색 태극무늬가 있는 공작나비를 꼽았다.

"청주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배추흰나비랑 대만흰나비가 있어요. 다들 배추흰나비로 알고 있는데 비중이 반반이에요. 둘다 흰색인데 앞날개 바깥쪽에 점이 두 개 더 있는 것이 대만흰나비에요."

앞으로의 꿈은 나비도감을 만드는 것과 나비강의를 하는 것.

"나비사진을 5만장 넘게 갖고 있는데 나비도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나비얘기도 들려주고 싶고요."

박근식 부장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로 나비강의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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