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세계축구사에는 놀라운 대변혁이 몰아닥치고 있다. 유럽과 남미를 묶는 축구중심 대 기타 지역간의 변방이라는 전통적 구도가 여지없이 부서지고 있다. 언제까지나 변방국에 머물 것이라 여겼던 한국과 터키, 세네갈 등이 떨쳐 일어나 오랜 시간동안 위협받지 않았던 구도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못 씁쓸하고도 냉엄한 진실 하나를 목격하고 있다. 세상의 어떤 변화도 희생없이 오지 않지만, 그같은 변화를 현실로써 받아들이는 데도 그 못잖은 저항과 반발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축구강호라는 폴란드와 우승 후보라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이어 격파하면서 승승장구하자 전세계는 바야흐로 축구역사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놀라워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격차가 줄어든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를 겸허하게 수긍하면서 새롭게 펼쳐질 축구의 미래상을 흥분 속에 그려보는 이들과는 달리 이러한 변화상에 불순한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팀 경기에서의 판정을 걸고 넘어지면서 한국팀의 선전을 편파판정과 홈 어드밴티지의 결과로 싸잡아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우리에게 패배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팀의 이의제기는 승자의 여유로써 넘길 수도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애매한 판정이나 오심 또한 경기의 일부분임은 그들이 더욱 잘 알 것이고, 우리 또한 그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팀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는 다른 국가 혹은 일부 매체에서 이같은 주장을 거들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자료를 통해 충분히 확인가능한 스페인전에서의 골라인 아웃을 부당한 골 무효화라고 떼를 쓰면서 마치 한국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승리를 훔친 것처럼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승리에 대한 헌신적 열정과 초인적 정신력으로 경기마다 온 몸을 불사르는 우리 선수들의 명예와, 「정정당당 코리아」를 외치는 국민들의 자부심에 큰 모욕을 주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세계 여론은, 철옹성이라 믿어왔던 축구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이 한낱 휴지조각으로 변한 낭패감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어리석은 강짜에 지나지 않는다. 몇 수 아래로 내려다 봤던 아시아 국가의 무명 선수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뒤 상처난 자만심을 달래느라 있지도 않은 음모론이나 가당치도 않은 약물복용설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시각을 갖고 있는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이러한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진작부터 잊어버렸던 승리에 대한 원초적인 열망과 헌신을 감동적으로 체현해내는 우리 선수들의 승리담은 축구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순수한 환희를 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한국팀의 승리를 헐뜯는 것은 축구를 사랑하는 전세계 팬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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