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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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다문화체험활동을 시작하면서 '혹시 이 반에 다문화학생이 있나요?'하고 묻자 한 학생이 반문을 한다. '선생님, 다문화학생이 누구예요?' '다문화 가정의 학생을 가리켜 다문화학생이라고 부릅니다.'라고 대답하자 이번엔 다른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나서 질문을 한다. '그럼 다문화가정 학생은 누구예요?' '부모 중에 어느 한 분이 외국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라고 설명을 하자 '제가 바로 그 다문화학생인데요, 그런데 선생님, 제가 다른 친구들 한 테는 뭐라고 불러야 되나요?'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됩니다.' '우리 반 친구들이 저를 부를 때에도 그냥 이름을 불러줘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저보고 다문화학생이라고 부르세요?' '국제 결혼한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을 구별하려고 그랬는데, 혹시 마음이 상했다면 사과할게요.' '선생님, 그거 이친구들하고 저를 차별하려는 것 아닌가요? 제 입장에서는 이 친구들도 다문화학생이잖아요? 저 기분이 무척 나쁜 데요, 그런 차별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체험교육을 하겠다고 외국인 어머니들까지 모셔왔는데, 시작의 처음부터 제동이 걸린다. 저 어머니들도 저 학생과 같은 생각일까?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말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이해하고, 우리의 정으로 끌어안아 불편 없이 살아가자면서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다문화가정이나 다문화학생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고, 이름을 불러주자고 이제까지 강조하고 그대로 실천해왔는데, 수요자의 입장을 잠시 잊은 채 공급자의 욕심만 부린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수천의 이민 1세대 학생들이 겪었을 마음고생이 눈앞을 스친다.

그 학생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어른스럽다기보다 그동안 누적된 차별화와 편견과 따돌림에 대한 견딜 수 없었던 마음의 고통이 폭발된 것 같았다. '선생님, 저 같은 아이들이 이 나라에 대하여 무슨 나쁜 짓을 했나요? 저의 어머니가 나라발전에 무슨 걸림돌이 됐나요? 저희들이 장난감인가요? 왜 우리 가족들을 자꾸만 불러내서 차별을 하나요? 언제 공짜로 구경시켜 달랬나요? 제발 이젠 불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장내가 조용하다. 어머니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시원한 대답을 해주어야겠기에 정리를 했다. "다문화란 말을 한번만 더 사용해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다보니 우리와 '서로 다른 문화'(多文化)에 대한 용어를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부르는 사람의 편의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름을 불러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문화가 있는 가정의 학생이라고 차별하거나 따돌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다 문화인 이잖아요?" 그 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다문화사회 이해교육은 아주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진 느낌이다. 나라별 문화체험활동 참여가 아주 적극적이다. 국가정책으로 다문화인들이 상처받지 않는 용어선택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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