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변가' 故 김종필 총리 어록
일본 국교정상화 협상 발언 화제
43년 정치경험서 얻은 노련함
적재적소 '맞는 말' 표현 유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1989년 국회 새의원회관 준공 및 정기총회 폐회 리셉션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좌)와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악수하는 동안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웃으며 지켜보는 모습  2018.6.23 / 연합뉴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1989년 국회 새의원회관 준공 및 정기총회 폐회 리셉션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좌)와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악수하는 동안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웃으며 지켜보는 모습 2018.6.23 / 연합뉴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능변가'로 정평이 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적재적소에 맞는 말을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 뜻하는 바를 공격적으로 전하기도 했고, 비유적으로 돌려 저격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숱한 대권 주자들이 그의 자택을 찾아와 조언을 들을 정도였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963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협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김종필-오히라 메모' 파동이 일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는 6·3 사태를 비롯해 전국적 시위의 출벌점이기도 했다. 

시위 상황이 악화되자 김 전 총리는 "제 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뜻을 꺾지 않았다. 같은 해 4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외유에 나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난다"고 한 말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노태우 정부시절에는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3년 5·16 민족상 시상식에서 그는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진다. 5·16은 역사 발전의 토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를 일으킨 사람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그 계승자다. 김영삼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은 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뼈 있는 말도 서슴치 않았던 그는 1996년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해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다. 역사는 그냥 거기서 배우는 것"이라고 각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지난 1998년 총리 서리 당시 기자들이 "서리 꼬리가 언제 떨어질 것 같으냐"고 묻자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같은 해 언론 인터뷰에서는 "봉분 같은 것은 필요 없고 '국무총리를 지냈고 조국 근대화에 힘썼다'고 쓴 비석 하나면 족하다"고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2001년 초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를 두고 '서산에 지는 해'라고 발언하자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라고 여우롭게 응수하는 등 한 수 지도했다.

# 다음은 JP의 생전 어록

○  "5·16이 형님이고 5·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 1987년 11월 관훈토론회

○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말라" = 1995년 1월 민자당 대표 당시 민주계 대표퇴진론을 거론하는 세배객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자

○  "봉분 같은 것은 필요 없고 '국무총리를 지냈고 조국 근대화에 힘썼다'고 쓴 비석 하나면 족하다" = 1998년 11월 MBC시사매거진 인터뷰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