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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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출신 가수겸 배우인 이동준은 학창시절 전도유망한 태권도 선수였다. 건장한 체격에 호쾌한 발차기가 일품인 이동준은 국내 정상급 기량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타의로 태권도를 포기했다. 경기도중 압도적인 우세로 상대 선수를 몰아부쳤지만 심판판정에서 패하자 젊은혈기를 참지못해 심판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국기인 태권도는 우리의 전통무예인 '태견'을 바탕으로한 민족 고유의 스포츠로 세계화에 성공했지만 정실이 개입된 불공정한 심판판정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빚었다. 그래서 지난 2009년 복싱처럼 전자보호구가 도입됐다. 전자보호구는 정확한 접촉과 일정의 강도가 센서를 통해 득점이 표시된다. 하지만 여전히 수동식 기술적 판단에 의한 채점보다 그 객관성과 신뢰성이 더 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래서 일반호구 심판 채점방식으로 전환해 대회를 치르기도 한다.

스포츠에선 선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져야 하고 심판 판정은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각본없는 박진감있는 드라마를 펼치고 관중들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역할이 승부를 좌우하는 스포츠현장에선 의외의 판정으로 논란을 빚기도 한다. 심판이 특정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공정하려 해도 오심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지만 오심때문에 패했다면 심리적인 충격을 더 클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비디오판독이 도입된 것도 이때문이다. KBO는 기존의 심판 합의제를 고수하며 비디오 판독제를 거부했지만 오심이 반복되자 2014년 후반기 리그 때부터 도입됐다. 다만 남용을 막기위해 경기당 비디오판독을 2회로 제한하고 첫번째 판독에서 판정번복에 실패하면 두번째 기회는 주지 않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2014년 도입(전반기) 첫해 약 47.3%가 오심으로 확인돼 판정이 번복되면서 비디오 판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축구도 오심이 유독 많은 종목이다. 심판 판정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는 사례도 많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는 영국과 8강전에서 손으로 골을 넣어 '신의 손'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같으면 어땠을까. 바로 이런 오심을 막기위해 러시아월드컵에선 VAR 판정을 도입했다. 경기도중 VAR심판진이 주심에게 오심을 지적하면 주심은 비디오판독을 통해 판정한다. 하지만 VAR 시행 최종 결정권자는 주심이다.

한국은 F조 스웨덴전에서 김민우가 태클을 했는데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다가 30초뒤 한국의 공격때 경기를 중단시킨뒤 VAR을 확인해 페널틱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심은 경기막판 페널티 박스안에서 스웨덴 수비수 팔에 공이 맞는 듯했던 장면은 무시했다. B조 포르투갈과 모르코전도 마찬가지다. 상대수비수의 명백한 핸들링 반칙이 중계화면에 잡혔지만 VAR 심판진은 이를 외면했다. VAR 판정을 했다면 페널티킥으로 비길 수 있었지만 모르코는 눈물을 삼켰다.

오심을 막기위해 아무리 첨단기술을 적용해도 최종판정은 결국 심판이 하는 것이다.시스템을 바꾸고 제도를 혁신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늘 그대로다. 우리사회도, 월드컵에서도 '신의 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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