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어려워 경쟁력 하락 "해외 이전 검토"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br>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이완종 기자] 올해 최저임금 최대 인상폭에다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예고돼 중소기업들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잔업, 야근, 특근 등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산량은 떨어지고 구인난속에서 직원채용을 더 늘려야 하는 '악조건'에 놓이게 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 불만이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구인난 가중에 생산성 저하, 매출 감소, 투자 위축 등의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근로자, 기업이 '윈윈'이 아닌 '서로 손해'라고 중소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주시 오창에 위치한 2차 전지용 정밀금형 제조업체 '유진테크놀로지'는 2차 전지 수요가 늘어 호황속에서 생산량이 증가추세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선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과 인력난의 가중,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하루 2교대 12시간 근무를 하는 충북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유진테크놀로지는 올초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을 20만원대씩 올려줬다. 전 직원 78명의 한달 임금으로만 1천600만원대가 더 나가고 있다. 1년이면 2억원이 예년보다 인건비로 더 지출되는 셈이다.

유진테크놀로지 유남호 경영지원실 부장은 "인건비 상승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판매가에는 반영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다 보니 연구개발을 포기한다든가, 신제품 개발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식으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걱정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정책도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는 가혹하다.

유진테크놀로지의 경우 2022년부터 적용 대상이지만 시행의 후발주자이다 보니 오히려 구인난이 걱정된다. 유진테크놀로지는 2차 전지시장의 호황속에서 잔업과 특근이 잦고, 사람을 못 구해서 공장을 못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 직원의 70%가 잔업에 참여하고 있고, 격주 토요일 특근에는 직원의 50%가 가담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할 수 없게 되면 생산량이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자체 생산에서 외주로 전환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유남호 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채용을 늘려야 하는데 대기업부터 대상이다 보니 대기업을 선호하는 젊은 인력이 다 빠져나갈 것"이라며 "가뜩이나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주에 소재한 산업용품 제조업체인 A업체도 직원이탈에 따른 인력부족사태를 우려해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A기업 대표는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시급문제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더 큰 문제"라며 "연봉이 줄어 이직을 결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경영애로를 토로했다.

A기업의 직원 연봉은 신입직원의 경우 기존의 평균 4천만원대에서 3천만원대로 1천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A기업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직원 30~40명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줄어든 임금에 지원자들이 있을지 미지수"라며 "최악의 경우 주말에 공장가동을 멈추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어 "주변의 중소 제조기업들이 공장의 해외이전을 검토하고 있던데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청주산단에 위치한 반도체·태양광 설비시설 관리업체인 B기업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겹타격을 입으면서 회사의 이윤이 5%에서 3%로 반토막 났다.

설립 24년차로 직원이 1천명이 넘는 B회사는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올초 근무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기존의 3조3교대 방식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 위법사항에 저촉돼 신규직원을 채용해 4조3교대로 바꾼 것이다.

B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시설을 이용한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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