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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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신문을 좋아했다. 침을 묻혀가며 읽는 4쪽짜리 어린이 신문이 참 좋았다. 늘 교과서만 보다가 큰 종이에 쓰여 있는 세상소식들이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난 마음껏 신문을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신문 구독료를 낼 형편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술시간에는 스케치북보다 도화지 한 장을 준비해 오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시절이다.

어떻게 어린이 신문을 접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신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이런 나의 사연을 안 형이 있었다. 신문이 맺어준 첫 인연이다. 이웃 동네에 사는 형은 나보다 두 살 정도가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형은 저녁에 신문을 돌렸다. 형은 나에게 우리 동네에 있는 몇 집의 신문을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가로 어린이 신문을 한 부 주었다. 난 신이 나서 신문을 돌린 다음 집에 와서 신문을 재밌게 보았다. 간혹 내가 아파서 신문을 못 돌릴 때도 형은 꼬박꼬박 어린이 신문을 챙겨주었다.

한날은 어린이 신문을 읽다가 동화가 실린 신문을 공짜로 보내준다는 것을 보았다. 동화책도 귀한 시절이라 얼른 신청을 했다. 얼마 후 '작은 글마을'이란 동화 한 편이 실린 4쪽짜리 신문을 받았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배익천 선생님이 한 달에 한 번 보내 주는 '작은 글마을'을 엄청 기다렸다. 집배원 아저씨가 언제 오시나 대문에 쫑긋 귀를 기울였다.

이런 인연으로 내 첫 동화책 뒤표지에 추천 글을 담아주셨다. 선생님을 뵈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고 싶다. 어린 시절 책에서 보았던 선생님은 정말 배우처럼 멋졌다. 더 늦기 전에 선생님을 뵙고 싶다. 이런 배익천 선생님은 신문이 맺어준 두 번째 인연이다.

마지막으로 신문이 맺어준 세 번째 인연은 정만효 선생님이다. 초등학교 퇴임을 하신 선생님은 신문을 즐겨 보신단다. 여러 개의 신문을 보면서 좋은 글은 밑줄도 긋고 오려 놓는다고 한다. 그런 다음 부인에게 읽어보라고 한단다. 오려 놓은 것 중에 '아침뜨락'에 나온 내 글이 있었고, 그 글을 선생님 부인이 읽게 되었다. 그 부인은 바로 내가 잘 아는 한 초등학교 돌봄 선생님이시다. 돌봄 선생님은 우리 집 골목이며 집안의 감나무 이야기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

김경구 아동전문가
김경구 아동전문가

아마도 신문에 나온 내 글을 거의 읽었던 것 같다. 돌봄 선생님 덕에 정만효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의 댁을 방문하던 그날도 거실 탁자 옆에 신문이 쌓여 있었다. 요즘은 정만효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면 감사한 마음이 점점 쌓여간다. 왜냐하면 정만효 선생님은 나눠주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정만효 선생님은 집에 빵이나 과자 같은 것이 많다 싶으면 꼭 나에게 전해준다. 바쁘다고 하면 직접 갖다 주거나, 외출해서 없다면 우리집 대문에 걸어 놓고 그냥 가신다. 선생님은 주변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살펴 나눠주신다. 종류도 참 다양하다.

밤에 글을 쓰면서 선생님의 주신 과자와 커피를 마실 때면 다시금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선생님 집에 아이들이 없어 먹을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선생님의 깊은 마음을 나는 잘 안다. 하나라도 나누고 싶은 따듯한 그 마음을. 신문이 맺어준 인연인 신문을 배달하던 형,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님, 신문을 즐겨 읽는 정만효 선생님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신문이 있는 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신문이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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