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손흥민이 14일 (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 온두라스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게 1대0 아쉬운 패배를 당한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08.14. / 뉴시스
한국 손흥민이 14일 (한국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 온두라스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게 1대0 아쉬운 패배를 당한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08.14. / 뉴시스

지구촌 최대 이벤트인 2018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2패를 당했다. 16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독일 전(戰)을 앞두고 있어 현실적으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이나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물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대표 팀의 수준이 추락한 것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책임론과 국내 축구 인프라의 개선을 촉구하는 건설적인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특정 선수들에 대해 '정신적인 린치'를 가하듯이 상식이하의 국민청원을 하거나 가시 돋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는 매 경기마다 나름 투혼(鬪魂)을 불태우는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선수 본인과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함께 F조에 편성돼 대회전부터 16강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 독일은 지난 월드컵 우승팀이자 현재 FIFA 랭킹 세계 1위다. 스웨덴은 북유럽의 강호로서 월드컵 본선 단골 진출 국가다. FIFA 랭킹 16위인 멕시코도 대회 첫 경기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은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패한데 이어 멕시코와 두 번째 경기에선 선전했으나 수비균열을 노출하며 석패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16강 전망이 어두워지자 마치 화풀이를 하듯 특정 선수들은 물론 선수 가족을 향한 도를 넘은 '악플'을 달면서 가뜩이나 힘이 빠진 국가대표 선수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특정 선수 이름으로 검색되는 글이 수십, 수백건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도중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 태클로 결승골을 내준 빌미를 제공했거나 백태클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었다는 것이 비난의 이유다. 선수와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면 "비리를 조사해 달라" 또는 "국적 박탈하라",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요구도 있고 심지어 선수 아내의 외모를 비난하고 아이에 대해 좋지 않은 댓글을 남기는 사례도 있다.

한국축구가 개인기, 조직력, 체력, 전술까지 축구선진국들에게 뒤지는 것은 사실이다. 온 몸을 날리는 '악바리 축구'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선수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리오넬 메시(FC 바로셀로나)를 앞세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도 아마추어 선수들이 포함된 아이슬란드에게 진데 이어 크로아티아에겐 대패했다. 세계최강 독일도 멕시코에게 질 수도 있는 것이 축구다.

이번 멕시코전에서 귀중한 한 골을 넣은 국가대표 에이스 손흥민(토토넘)은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 팀의 경기력과 수준이 퇴보한 것을 선수 탓으로 돌리면 한국축구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때론 선수들에게 따끔한 비판과 질책을 할 수는 있지만 근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예선리그를 치르는 선수들의 마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축구가 한 단계 성장하려면 팬들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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