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국민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세계 최강의 축구선수들이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펼친 힘의 대결과 묘기에 이은 통쾌한 골인에 열광했던 지난 한달은 K형도 무척이나 재미 있게 지냈다고 믿고 싶소.
 더욱이 불가능 하다고 보았던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으니 더 할 말이 있겠소.
 그러니 우리사회 각분야에 「히딩크 신드롬」이 회자될 만도 했소.
 K형. 우리사회가 그동안 월드컵을 통해 히딩크로부터 배워야할 첫 덕목이 혈연·지연·학연을 타파하고 숨은 능력과 재주를 발굴하여 육성해야 하는것 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었으나 월드컵이 끝난지 10여일이 지난 요즘의 우리주변, 특히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속내를 힐끗 둘러 보면 언제 「히딩크 신드롬」이 있었나 싶소.
 K형. 시간은 그렇게 흐르나 보오.
 왜 있잖소. 우리는 잘 잊는다고. 그리고 냄비 끓듯 한다고.
 우리의 냄비 성질은 과거를 거울 삼지 못해 오늘을 제대로 볼 줄 모르니 어찌 내일을 설계하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겠소. 이것이 우리의 암담한 현실이니 하는 말이오.
 그것도 우리사회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아니라 말끝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외치는 정치인들이나 위정자들이 더욱 그러니 어떻하오.
 요즘 우리의 정치권과 정치꾼들이 이를 증명 이라도 하듯 「히딩크 신드롬」을 잊고 또다시 선거철로 빠져들며 늘상 그랬듯이 끼리끼리의 득실을 따지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개헌」이다, 「정계개편」이다 라는 정치권의 말 놀음이 무성하니 하는 말이오.
 노풍(盧風)이 수그러들자 다른 바람을 찾아야 한다고 떠들고 이풍(李風)은 이 바람이 그래도 좋다고 하는가 하면 바람에서 소외된 정치인들은 또다른 바람을 찾아 나섰소.
 월드컵과 함께 주목을 받은 정치인,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지자 탈당하고 또다시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서 도중 하차한 정치인. 그리고 국민적 심판을 받고도 아직도 국민을 위해, 이나라 정치를 위해 할 일이 그렇게 많다고 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치인과 빛바랜 과거의 멍석 속에서 정치권에 나타난 정치인들과 현위치가 불안한 정치꾼들이 요즘 떠드는 것이 개헌과 정계개편 이잖소.
 또 민선 3기를 맞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사를 앞두고 앞으로는 혈연·지연·학연을 타파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인사 관행이 슬그머니 일어나는 조짐도 없지 않은것 같소.
 우리사회에 법이 없어 부정 부패가 난무하고 견제 장치가 없어 대통령제가 제왕적으로 변했다고 보오. 참말로 웃기는 일이오.
 K형. 이런 이야기가 있소.
 신병들을 훈련 시키던 소대장이「야, 이 바보들아 너희들의 대열이 얼마나 꾸부러졌나 모두들 나와서 봐라」하고 화를 냈소. 그러자 신병들 모두가 나와 보니 꾸부러졌던 대열이 없어지고 말았소.
 신병들은 「꾸부러진 줄이 없습니다」라고 힘차게 복창했다오.
 우리 정치인들의 대열 훈련 같지 않소.
 K형. 짜증이 좀 나더라도 건강 조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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