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하루장사에 수익 350만원… 시급 4천 700원 꼴

최근 소규모 카페나 음석점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중고 주방용품 매매업체에 폐업한 업체들이 팔아넘긴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 신동빈
최근 소규모 카페나 음석점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중고 주방용품 매매업체에 폐업한 업체들이 팔아넘긴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경기 침체, 물가 인상 등이 겹쳐 자영업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이고 쉬는 날 없이 하루 10~12시간을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지고 있으며 장시간 근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에 위치한 떡볶이집 점주 김모(47)씨의 지난달 순 수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0만원 가량 줄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물가까지 인상되면서 수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하루 13시간을 일하고 있는 두 부부의 지난달 순수익은 35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7천530원)에 한참 못미치는 4천700원 정도를 받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올해 초 최저임금이 올라서 배달원도 쓰지 않고 직접 배달을 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적게 벌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며 "정부는 워라밸을 외치고 있지만 하루 13시간을 일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말했다.

편의점, 식당 등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직원을 줄여 운영하고 있었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모(55)씨는 자신이 매장을 봐온지 3개월째다. 유씨는 평일 오전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낮 10시간을 일하면서 월 평균 약 150만원의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평일 낮을 제외한 평일 야간, 주말엔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약 350만원이다.

유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고 난 뒤 인건비가 최소 40~50만원 늘어나서 부담을 줄이고자 낮 시간 동안 매장을 보고 있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 와중에 주변에 편의점까지 생겨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서 10평 남짓한 작은 카페를 혼자 운영하고 있는 장모(31·여)씨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e)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카페 운영에 매달리고 있는 장씨의 수입은 카페 월 수입 350만원에서 임대료 50만원, 재료비, 전기세 등 유지비 약 100만원을 뺀 200만원 정도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는 장씨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장씨는 "혼자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없지만 그만큼 내 시간이 없다"며 "요즘 단축근무 시행 등으로 직장인들이 쉬는 삶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임대료 상승에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위치한 D중고주방용품 매매업체에 가보니 영업용 냉장고, 식기세척기, 식기류 등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소규모 카페, 치킨집 등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쓰던 주방용품을 판매하러 방문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D중고주방용품 대표 이모(59)씨는 "치킨집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던 용품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올해 특히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다가 정리하는 이들의 방문이 많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판매 물량이 많지 않아 트럭 한 대에 물건을 싣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며, 물건을 사러오는 방문객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지역 소규모 자영업자의 비중은 ▶2010년 40.6% ▶2011년 39.0% ▶2012년 37.7% ▶2013년 37.2% ▶2014년 36.5% ▶2015년 35.0% ▶2016년 33.2%로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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