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은 기본적으로 헌법에 의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면권 행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로 법과 질서를 성실하게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10일 교통법 위반자에 대한 전격적 사면조치는 해당자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다소 의아함을 느끼는듯 하다. 월드컵 성공을 계기로 국민화합 차원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8ㆍ8 재ㆍ보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선심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교통법 위반자에 대한 사면 조치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던 95년 광복 50주년에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후에는 98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95년엔 건국이래 최대인 5백94만명, 98년엔 5백32만명, 이번엔 4백81만명이 사면 대상에 올라 있다. 이러니 사면권 남용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7년사이 세번의 교통위반 사면조치로 운전자 사이에 법규를 지키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살인행위로까지 인식돼 강력한 단속에 벌칙이 한층 강화된 음주운전과 교통신호 위반 등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을 같은 일괄 사면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사면권은 지나친 판결 결과를 시정할 수도 있는 등 나름대로 쓰일데가 있다. 그러나 예외를 상례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게다가 정치게임의 한 방편으로 이용할 때에는 법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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