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 뉴시스
 23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대한민국-멕시코의 경기, 멕시코 축구팬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다. 월드컵은 전통적으로 6월에 개최된다. 2014년 브라질,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현지 시간으로 6월 중순에 열렸다. 자연히 개최국과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늘 생활패턴을 바꿔야하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올해는 월드컵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월드컵 예선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무기력한 경기 내용과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남북, 북미 정상회담 및 지방선거 등 외적 요인들이 거론된다. 그렇지만 월드컵 예선이 거듭되면서 응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스포츠라는 콘텐츠의 매력과 가슴 뛰는 열정이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매 시즌 그랬듯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각국의 예상 성적과 우승 예측이다. 다국적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2018 월드컵과 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재미있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이 확률은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을 활용해 출전팀 정보와 선수 자질 등 20만개 모델을 분석하고 조별리그를 대상으로 100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스포츠의 묘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FIFA랭킹 70위의 개최국 러시아는 16강 진출이 일찌감치 확정된 반면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탈락했다. FIFA랭킹 1위, 영원한 우승 후보 독일은 조별예선 1차전에서 멕시코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멕시코는 FIFA랭킹 15위다. 각본 없이 벌어지는 스포츠에서 예측은 예측이고 참고사항일 뿐이다.

축구에는 국가, 선수, 감독 간 앙숙 관계도 흥미를 유발한다.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1982년 포클랜드 전쟁으로 인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이면서 호적수 관계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경기 결과가 대비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몸값인 연봉에서 1, 2위를 다투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호사가들의 재미거리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에 의한 페널티킥이 승패를 좌우하고 자책골에 울고 웃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스포츠 과학이 전통 축구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부진은 일정과 지역이 다른 각국의 여러 리그, 즉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체력을 균일하게 맞춰야 하는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예선 1, 2차전에서 허용한 페널티킥은 열심히 하다가 범한 실책이었다. 이렇듯 현대 축구는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상대가 있는 스포츠의 경우 세계 랭킹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축구 강국은 선수 개개인이 기술, 체력,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고 국가적으로 튼실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있다.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이 확정된 뒤 '오늘을 위해 10년을 준비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축구 강국의 면모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신세대들의 '긍정 에너지'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응원이 필요하다. 생텍쥐페리는 '미래에 관한 한 우리의 할 일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와 마이클 조던 등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은 승부를 즐긴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결과 자체에서 벗어나 과정을 즐기는 문화의 확산이 요청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