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이야기] 5.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이용원 공동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직원들이 이곳에서 발행되는 월간 토마토, 공정여행 홍보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공감만세의 여행방식은 특별하다. 여행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여행하는 사람도 공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고민하고 상상하고 배우는 여행, 지구와 지역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정여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여행과 차별화된다. 대전·충남 최초 청년 사회적기업 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1년 전 월간 토마토와 합병하면서 콘텐츠 실험을 확장하고 있는 (주)공감만세(공동대표 고두환·이용원)를 찾았다.


# 공감만세가 토마토를 만났을 때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공감만세

공감만세는 대전의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흥동에 위치하고 있다. 1층은 북카페 이데(idee), 2층과 3층은 (주)공감만세와 (사)모먼트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 대전을 대표하는 월간 토마토를 발행하는 일이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와 사단법인 모먼트의 주된 사업이다.

여행사, 잡지사, 문화공간으로서의 북카페는 서로 다른듯 닮았다. 이들 사업을 연결하는 공통 키워드는 콘텐츠다. 이용원 대표는 "콘텐츠 기업이라는 점, 세상의 가치를 전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공감만세와 토마토는 동질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만세와 토마토의 합병은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문화예술사업 파트너로 10년 넘게 알고 지냈던 고두환 대표와 이용원 대표였다.

고 대표는 청년 사회적기업을 이끄는 공정여행 전문가로, 이용원 대표는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잡지 발행인으로 잘 알려진 상태. 두 사람은 불공정한 산업구조를 거부하고 경제논리에 맞서 콘텐츠를 생산·수집·유통하기로 뜻을 모았다.

공감만세는 사회적기업, 월간 토마토는 예비 사회적기업이었으니 사회적기업 간 결합이기도 했다. 이용원 대표는 처음 월간 토마토 잡지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품었던 '세상의 가치를 전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통합 이후에도 여전하다고 했다.

겉도 빨갛고 속도 빨간, 한결같은 토마토 잡지는 2007년 창간할 때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실험적이다. 경제논리로는 다룰 수 없는 콘텐츠를 주목하고 있고, 가치를 재구성하고 있다.

잡지는 대전의 문화가 됐고, 함께해 온 북카페 이데는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됐다. '아이디어'라는 뜻의 프랑스어 '이데'는 카페가 어떻게 공연장이면서 전시장으로, 문화예술인 쉼터로 거듭날 수 있는지 보여줬다.

토마토의 지속성과 실험, 공감만세의 도전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상상하는 법,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사고를 가능케 했다. 토마토의 영향을 받는 청년잡지가 출간되고 카페에서 공연하고 전시하는 일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대전 원도심 대흥동의 문화를 이끌었던 북카페 '이데'는 운영 8년 만에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11월 이용원 대표의 책 '대전여지도2'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재개장했다.

공연·전시 활동으로 대전 원도심 대흥동의 문화를 이끌었던 북카페 '이데'는 운영 8년 만에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11월 이용원 대표의 책 '대전여지도 2'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재개장했다. 공간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월간 토마토 발행인이자 편집국장이었던 이용원 대표는 (주)공감만세 공동대표면서 사단법인 모먼트 이사장이라는 새로운 명함을 갖게 됐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서 토마토는 비영리 사단법인 모먼트의 후원자들에게 제공되는 잡지가 됐다. (사)모먼트에 자본금을 출연한 주체가 (주)공감만세이니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둘은 운명공동체나 다름없다.


# 순간을 기획하고 삶을 디자인하라

필리핀 루손섬 이푸가오주로 떠난 공정여행에서 이푸가오주 전통춤을 배우고 있다.

공정여행과 잡지를 관통하는 미션은 "순간을 기획하고 삶을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이용원 대표는 "공감만세의 생산품은 이를 접한 고객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원 대표가 공감만세의 공정여행에 마음을 쏟기 시작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필리핀 루손섬 이푸가오주로 떠난 공정여행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필리핀 이푸가오주에 있는 대규모 계단식 논은 필리핀 문화유산 가운데 유일하게 식민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입니다. 수천 년간 이 지역에서 소수 공동체로 살아온 이푸가오족이 만든 것으로, 세계 문화유산이면서 필리핀을 대표하는 관광지죠. 그런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논농사 대신 매점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휴경지가 생기면서 계단식 논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 겁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산꼭대기 숲에서 물을 끌어와 한 계단에서 아래 계단으로 공평하게 물이 흐르도록 하는 논농사 공법은 생태적 균형이 중요하다.

휴경지가 생기고 논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전체 논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필리핀 공정여행은 이런 문제를 주목했다.

"여행 자체가 계단식 논을 복원해주는 일이었어요. 잡초를 제거하고 무너진 논을 복구하고 쥐구멍을 막아주면서 주민들에게 계단식 논이 갖는 세계문화적 가치에 대해 알려줬죠."

현지 청년들에게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 인솔을 맡김으로써 고향을 지키도록 했다. 공연하는 아이들에게는 사례금을 주고, 주민들에게는 홈스테이 비용을 내고, 교복비와 책값을 지원하면서 도서관도 지어줬다.

이곳에선 여행 산업의 불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은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공감만세는 최근 여행사업에서 교육사업과 위탁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이라는 측면은 변함이 없다. 공정여행기획자 양성, 대전여지도와 같은 단행본 발행, 월간 토마토 발행, 토마토문학상, 풀뿌리 지역신문 기자 양성 교육 등 분야는 넓고 사업도 다양하다.

(사)모먼트에 8명, (주)공감만세에 16명 등 이용원 대표와 함께 호흡하는 직원은 24명 정도.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에는 관계와 쉼, 힐링과 배움이 중요한 소셜 미션이 된다.

청년 사회적기업으로 처음 출범했을 때처럼 공감만세는 정부 지원보다 착한 투자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을 위한 핵심은 역시 사회적 가치 창출. 세상의 가치를 전복하는 일이다. 이용원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소셜 미션을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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