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강원도 영월 동강의 풍경 / 뉴시스
강원도 영월 동강의 풍경 / 뉴시스

평산회의 6월 산행은 늘 영월 방향이다.

영월 지역에 들어서면 산행 전에 백운산 산자락 아래 동강에서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강과 반대편 산 줄기를 올려다보며 함께 산행을 했던 동료 회원을 추모한다.

12년 전인 2006년 6월이다. 평산회 산행 일정에 따라 영월의 백운산을 등산하고 함께 하산하던 회원 한 명이 낙상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였다. 전혀 믿기지도 않고 생각할 수도 없었던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까운 사고였었다.

평산회는 회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산행을 하면서 많은 인연을 이어왔다.

전라남도 영암의 월출산을 갔을 때는 전 날 저녁에 기차로 출발해서 새벽에 월출산 입구에서 먹거리를 사려고 했는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사지 못하고 그냥 산을 올랐다가 저녁때 하산할 때까지 갈증과 배고픔으로 큰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그 때 겪은 경험 때문인지 지금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회원 각자가 스스로 물과 비상용 먹거리를 준비한다.

월악산에서는 다른 길을 택해 하산하던 두 명의 회원이 길을 잃어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밤늦게 하산한 적도 있고, 몹시도 추웠던 겨울에 설악산 등산을 하면서 산장에서 추위에 떨면서 숙박을 하고 돌아와서는 과로로 입원한 회원도 있었다.

'평산회'는 증평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등산을 함께 하면서 시작되었다. 평산회는 증평여자고등학교 '평'자에 등산을 뜻하는 '산'자를 합쳐서 지은 이름으로 1988년 '88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부터 시작했으니 올해 30년이 되었다. 그 당시 증평여자고등학교는 증평상업고등학교로, 다시 현재의 증평정보고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80년대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60명이 넘었고 수업시수도 거의 주당 30시간에 가까웠다. 어렵고 힘든 교직 생활 중에도 틈틈이 교직원들 간에 배구, 등산, 테니스 등 여러 취미 활동도 함께 하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평산회는 30년 넘게 모임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평산회가 지속되는 까닭은 구구절절 이어온 인연과 우정을 쌓아온 정기적인 만남 때문이다. 지금도 매 월 넷째 주 토요일이면 늘 모여서 산행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학교 현장의 교육 사례와 이러저러한 삶을 서로 나누고 서로 격려한다.

모임의 총무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맡았던 분이 퇴직한 후에도 계속 맡고 있다. 매월 자세한 산행 안내와 차량 운전을 도맡아 하고 산행 후에는 산행기를 일일이 정리하여 카페에 올리고 있다.

전에는 선생님들이 큰 교무실에 모두 모여 근무하면서 갑론을박 의견을 나누면서 교육적 업무 이외에도 다양한 만남과 교류를 가졌다. 그러나 요즘은 학년별로 교과별로 특별실로 나뉘어 근무하고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소통하니 선생님들끼리 직접적인 어울림과 소통이 부족하고 소외되기 쉽다.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신영식 청주중앙여중 수석교사

다행히 교육청에서 학교 현장에서 상처받거나 정서적으로 소외되는 교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과 힐링 캠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가 중요하고 노인들에게도 건강한 장수를 위해 어울리는 친구가 중요하듯이 선생님들도 다양한 또래 선생님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 교육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선생님들이 교과연구회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수업 전문성을 신장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과 취미를 함께 하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보다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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