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중부매일 DB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중부매일 DB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적폐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 출연기관에서도 최근 채용비리가 발생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팀장급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모범답안을 유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놀라운 것은 모범답안 유출에 김호일 재단 사무총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이다. 공예창의도시 청주의 위상을 높이고 창의적인 문화특화도시를 추구한다는 재단 사무총장이 대놓고 직접 비리에 가담한 것이다. 채용비리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재단 채용비리 과정을 보면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골적이고 비도덕적이었다. 재단은 지난달 서류전형과 논술을 거쳐 홍보·문화·경영 분야 신규 직원 5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은 친분이 있는 응시자에게 외부 출제위원이 제출한 문제와 모범답안을 줬다. 이 응시자는 논술시험 때 이 모범답안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제출했다고 한다. 재단이 애초부터 문화적인 마인드와 업무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뽑을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사무총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자기사람을 심기위해 채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인물이 '2020년 문화특별시 청주'라는 재단의 목표를 실현시키길 바랄 수 없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뿐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심각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다. 특혜와 정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 1월 정부가 합동으로 벌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1천190곳 가운데 80%인 946곳에서 4788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지방공공기관 역시 489곳에서는 1천488건이 적발돼 26건이 수사의뢰 됐다. 시중은행은 더 심했다. 은행들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 필기·면접 전형단계에서 점수를 상향 조작하고, 감점사유를 삭제해 주는 방식으로 합격자를 바꿔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러니 청년들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발버둥 쳐도 배경 없고 힘없으면 원하는 공공기관과 은행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일수 밖에 없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역시 '홍보파트'에 지원했던 나머지 응시자들은 단 1%의 취업가능성도 없이 모두 들러리가 된 셈이다. 탈락한 응시자는 극심한 좌절과 심리적인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단은 "투명하고 청렴한 재단을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단 홈페이지에 공익/부패신고와 관련한 홍보영상까지 배포하는 등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 재단의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그나마 김 총장이 "법을 위반한 만큼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채용비리 배경과 과정을 단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또 내달 한범덕 시장이 새로 취임하는 청주시는 강도 높은 조직 개혁으로 재단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아무리 경영등급이 좋아도 비리와 불법에 둔감한 조직이라면 지역문화산업 선도기관으로서 역할을 기대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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