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종민 충북선관위 홍보과 주임

13일 6.13 지방선거 청주 흥덕구 개표장이 마련된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신동빈
13일 6.13 지방선거 청주 흥덕구 개표장이 마련된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신동빈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1980년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의 도입부에 나오는 가사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부를 정도로 사랑받는 노래이다. 도입부 멜로디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노래 제목을 '연극이 끝나고 난 뒤'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한동안 많은 국민들의 일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지방선거가 지난주에 막을 내렸다. 선거를 사고 없이 치러내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선관위 직원인 나에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찾아온 정적과 여유는 조금 낯설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북미정상회담과 월드컵이라는 전세계적인 행사 사이에서 열기가 많이 살아나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난 지방선거보다 높은 60.2%의 투표율로 많은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선거를 잘 치러낸 데에는 선거라는 축제의 진행자라고 할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도 있었다. 선관위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선거에 한 치의 흠도 발생되지 않도록 투·개표와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단속 등 선거관리 전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또한, 무대 뒤에서 공연을 지원해주는 스태프가 있듯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다해주었다. 자치단체와 우체국 등 유관기관 관계자, 투·개표사무원, 참관인 등 아름다운 선거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신 모든 선거사무관계자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많은 노력이 모여 선거라는 축제는 무사히 끝이 났지만 축제가 끝나고 난 뒤의 정적과 여유를 마냥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선거의 주인공인 후보자와 유권자에게는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선거에는 당선자와 낙선자가 있기 마련이다. 낙선자들은 결과에 승복하고 당선자가 지역을 잘 이끌어 갈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통 큰 모습이 필요하다. 당선자는 선거과정의 앙금은 씻어내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경쟁 후보의 정책이라도 수용하고 화합에 앞장서야한다. 그리고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겸손하게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이종민 충북선관위 홍보과 주임

유권자는 선거 때만 주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당선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항상 감시하여야한다. 그리고 앞으로 4년간 당선자가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살림살이를 잘 꾸려나가는지 꼼꼼히 점검해보고 다음 지방선거 때 반영해야한다. 그래야 후보자들이 유권자와 소통하며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과 실천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도 후보자와 유권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지역발전의 출발점이 되는 생산적인 선거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꽃 피우고 이번 지방선거의 슬로건이었던 '행복한 우리동네'의 모습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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