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와 고용노동부청주지청 등이 주최한 '2017 충북통합취업박람회'가 지난 31일 청주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가운데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 면접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김용수
충북도와 고용노동부청주지청 등이 주최한 '2017 충북통합취업박람회'가 지난 31일 청주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열린 가운데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 면접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김용수

최근 일본 실업률이 2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노믹스'의 경기개선 효과와 구인난 등이 겹치면서 일본의 5월 실업률은 2.2%로 하락했다. 이는 1992년 7월 2.1%를 기록하고 난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실업자 수는 112만1000명으로 다섯 달 연속 100만 명을 넘겼다. 실업률은 4.5%로 5월을 기준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에 달했다. 관련 통계 집계 방식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후 지난달을 기준으로 최고치다.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상태를 맞이했으나 한국은 일자리가 없어 고등교육을 받은 수많은 청년들이 방황하고 있다.

통계청의 각종 실업지표가 연일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일본은 온통 장미 빛이다. 일본 실업률은 2015년 2월 2.9%로 3%대 밑으로 내려간 이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지원자 대비 일자리 비율' (job openings-to-applicants ratio)은 100명의 지원자 당 159개의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버블경제 시기를 뛰어넘어 44년 만의 최고치라고 한다.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은 경제호조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고용주들이 근로자를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일할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직장을 골라서 취업할 수 있는 최적의 고용환경이 갖춰졌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도 20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지만 한국은 고용시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들어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했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총 3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일자리에 투입했지만 정부의 고용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정책의 기조가 달라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경제는 호전되고 거시지표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손봐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 졸업 후 진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정책, 양국의 협력 방안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100%에 가까운 일본의 취업 현장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노동력 대비 넘치는 일자리는 결국 자연스러운 임금인상과 소비 진작으로 이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김 부총리가 지적한대로 기업과 시장에 대한 '펌핑'이 부족해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것이다. 고용창출이 되려면 민간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개혁, 기업 재정 및 세제 지원, 노동시장 구조개선등이 선행돼야 한다. 일자리가 넘치는 일본과 독일의 '견고한 노동시장'(tight labor market)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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