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이번 태풍에 피해는 없었는지 궁금하오.
 K형과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고 지내왔지만 이번 제 15호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기에 걱정이 되는구려.
 아무리 자연재해라 하지만 중심기압·풍속등 규모면에서 「사라」이후 43년만에 최대의 위력을 가졌다는 제 15호 태풍 「루사」가 엊그제 전남 고흥으로 상륙한뒤 전북­충북­강원도로 내륙지방을 길게 관통하며 휩쓸고 간 전국 곳곳의 재해현장은 말 그대로 잔인하고 처참한 지옥과 다름 없기에 그렇소.
 K형도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해로는 4월에서 6월사이 초여름의 가뭄재해, 6월에서 9월사이의 여름철 호우로 인한 홍수피해와 늦여름에서 초가을인 8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하는 태풍재해 및 겨울철에 발생하는 설해가 있지 않소.
 이같은 자연재해에 완전하게 대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줄 아오. 그러나 우리의 방재시스템은 언제나 그랬듯이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는듯해 안타깝기 그지없소.
 지난달 31일과 1일 오전까지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루사」는 전국적으로 사망·실종 등 1백80여명의 인명피해는 물론 철도와 고속도로 및 국도 등 전국의 교통망과 통신망을 일순간에 마비 시켰으며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2천5백여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혔으나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것 같다는 소식이오.
 K형. 어릴적 추억이 깃든 곶감단지인 영동과 산자수명한 단양 등에서도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와 함께 3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여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소.
 태풍 「루사」가 할퀴고간 자리는 어느곳이던 예외없이 초토화된 몰골만을 남겼소.
 K형. 어는 촌로(村老)가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왼놈의 비가 이렇게와. 60평생이 넘도록 이런 비는 처음이여. 헌디, 이렇게 비가 올만도 하지뭐. 정치하는 x들 보면 그런디. 허참, 피해는 어렵게 사는 우리만 보고 있으니 이를 어떡한담. 이게다 업보여 업보. 그렇고 그런x들에게 나라의 살림을 맡겨 놓았으니 말여. 암, 곡간 자물쇠는 아무에게나 맡기는 것이 아닌디』라며 탄식하고 있었오.
 이처럼 난생처음 겪은 수마(水魔)의 현장에는 또다시 이재민들은 물론 민·관·군의 수해복구를 위한 땀방울과 힘찬 재기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오.
 그러나 이같은 국민들의 아픔을 누구 보다도 먼저 헤아리고 감싸주어야할 이나라 정치인들은 「태풍경보」도 아랑곳 없이 그저 당리당략과 대권을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고만 외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소.
 K형. 태풍 「루사」의 피해상황이 속보로 전해지는 순간에도 당리당략에만 급급했던 정치권이 이제는 생색내기용으로 수해현장을 찾아 피해상황을 보고 받는다며 그렇잖아도 일손이 부족한 일선 현장에 보탬은 커녕 오히려 피해를 줄까 걱정되오.
 K형. 이같은 걱정이 부질없는 걱정이길 바라며 수해로 아픔을 겪는 이웃에게 힘과 용기를 보내주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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