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교사 이야기] 안상희 충주성남초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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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서 비가 많이 온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흰쥐이야기'와 '아저씨 우산'이다. 흰쥐이야기는 우리나라 그림책이고 아저씨 우산은 일본 그림책이다. 나는 수석교사가 되어 매해 3월이면 1학년 아이들에게 입학 축하의 의미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늦겨울과 초봄 사이에 어울리는 '큰고니의 하늘'이란 그림책을 1학년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큰고니의 하늘에 아이들은 푹 빠졌다. 그런데 하루는 아침부터 날이 흐려 비가 올락 말락 했다. 나는 예정에 없던 흰쥐 이야기를 챙겨 학교를 갔다. 그날은 아이들에게 '흰쥐 이야기를 읽어 주고 싶었다. 비가 올 거 같아서다.

흰쥐이야기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할머니는 바느질을 하고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에서 낮잠을 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낮잠을 자는 할아버지 콧구멍에서 흰쥐가 들락날락하다가 쏙 나온다. 흰쥐가 문지방을 넘고 마당으로 나갔는데 마당에 물이 고여 흰쥐가 건너지 못하자 할머니가 바느질자를 놓아주어 마당 물을 건너가게 하고 흰쥐를 따라 가는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 일로 부자가 되어 기와집에서 살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이 비오는 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할머니가 낮잠을 잔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나서 물었다. 왜 할머니한테 좋은 일이 생겼을까? 그러자 아이들은 할머니가 흰쥐의 생명을 살려 주어 복 받은 거라고. 아이들의 대답은 참 대단하다. 간단하면서 정확하게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한 아이가 큰 목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할머니 콧구멍에서 흰쥐가 보여요." 아이들 눈은 참 밝다. 다음은 할머니 차례다.

아저씨 우산은 올해 5월 31일에 알게 된 책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 그림책이라 더 반가웠다. 6월 1일, 4학년 1반 아이들과 함께 문장의 짜임에 대한 주제로 국어 수업이 잡혀있었다. 제안하는 글쓰기 단원에서 문법 영역에 해당하는 문장의 짜임 알기가 갑자기 나와서 생뚱맞았다. 수업 전 날까지 어떻게 수업을 전개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수업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도서실로 갔다. 수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내가 찾는 곳은 학교 도서실이다. 머리를 식힐 겸 새로 들어온 책을 훑어보다가 아저씨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비 내리는 날, 우산이 너무 소중해 우산을 쓰지 않고 소중히 가지고만 다니는 아저씨 이야기이다. 그림책에 나오는 문장을 가지고 문장의 짜임을 아는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6월 1일이 되었다. 멀리에서 신송초 이은* 선생님이 수업을 참관하러 왔고 우리학교 4학년 1반 담임 선생님도 참관하였다. 그 날의 수업목표는 문장의 짜임 알기였다. 순간적인 결정이긴 했지만 책 읽는 재미를 위해 아이들에게 즉흥적으로 노래를 불러 주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생각하며 내 맘대로 내 하고픈 대로 노래를 불러 주었다.

안상희 충주성남초 수석교사.

♪ 비가 내리면 또롱또롱 또로롱

♪ 비가 내리면 참방참방 참방~

아저씨 우산 덕분에 4학년 국어 수업은 무사히 끝났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근데 우리 문장의 짜임 알기 왜 배울까?" "선생님, 문장의 짜임을 잘 알아야 다른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문장의 짜임을 잘 알아야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참 멋지다. 교사가 어려워한 것을 아이들은 잘 찾아내었다. 수업은 참 어려우면서도 재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가 있다. 모두 그림책 덕분이다. 모두 아이들 덕분이다. 내 수업의 모든 길은 책으로 통한다. 나는 오늘도 도서실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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