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지 바람에 관한 격언이나 속담도 많다.
그중에 하나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가듯」이란 속담이 있다. 이는 바람에 잘 날리는 가루를 바람 부는 날 팔러 가듯이, 모든 일에서 그 알맞은 기회를 알지 못함을 이르는 것이다. 또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는 말은 어떠한 경우가 잘 맞아 나가야 일을 이룰 수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바람에 대한 명칭도 많다. 등압선에 평행하게 부는 바람은 지형풍,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은 해륙풍, 호수가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은 호풍, 또 계절풍과 편서풍에 무역풍, 이 있는가 하면 비가 갠뒤 부는 맑은 바람을 우후청풍(雨後淸風)이라 하고 불교에서 세계가 파멸될 때 일어난다는 큰바람을 겁풍(劫風)이라 한다.
이와함께 5조4억여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산피해와 함께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온 루사란 태풍(颱風)은 남양열대에서 발생하여 아시아대륙 동부에 불어오는 맹렬한 바람을 말한다.
이들 자연풍 명칭은 모두가 바람이 발생하는 계절이나 장소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계절이나 시간, 장소 등을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부는 또 다른 바람, 즉 인풍(人風)에 국가의 위상은 물론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 분야가 이에 휘둘려 정신을 잃고 있다.
대권을 향한 이풍(李風)과 노풍(盧風), 정풍(鄭風) 등이 병풍(兵風)과 함께 5년이란 시차를 두고 다시 강하게 정치권을 휘감고 있는 가운데 세풍(稅風)과 북풍(北風)에 요즘엔 영풍(映風)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도 했다.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정치권인가. 이번에는 왠 성풍(性風)이 회오리쳐 정치권을 강타하며 지체 높으신 일부 나리들의 얼굴에서 똥냄새를 풍기게 했다.
도색잡지에도 나오지 못할 낯뜨거운 내용의 성풍은 결국 병풍에 맞선 바람인가. 어쨌든 참 바람 많은 나라며 정치권이다.
이같은 수많은 인풍(人風)들은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민·관·군 등 지원인력들의 땀을 씻어주는 고마운 바람도 아니고 더욱이 부패한 정치 경제 사회등의 풍토를 정화하려는 정풍(淨風)도 될수 없으며 오로지 국민들에게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똥바람일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바람과 함께 비가 몰아치는 태풍이나 가뭄 또는 한발과 눈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모든 자연재해에 따른 재앙을 두고 대통령의 은덕과 연계시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옛부터 자연재해로 재앙이 발생되면 임금 스스로가 「짐이 부덕하여…」라며 근신하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요즘 우리모두가 마음이 편찮다.
왜냐면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채널을 돌려야 하며 국정공백이라면서 국무총리는 없고 노·사간의 마찰을 빚는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정부의 한건주의식 정책추진이나 지겹도록 재탕 삼탕되는 온갖 바람들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이 곧 민심의 역풍(逆風)이 안된다고 누가 장담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