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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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게 나를 돕는 거란 어른들 말씀이 어긋난 게 없다. 귀하게 주어지는 지면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덕이 되었는지 덕분에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고 좋은 기회도 주어진다. 이번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지금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4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계획은 4년마다 수립하는 것으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복지를 창출하기 위하여 공공, 민간, 지역사회주민이 함께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계획이 계획에 그치지 않기 위해 실현가능성을 담보로 해야 하며 이를 기회로 지역마다 합리적 사회보장사업 운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청주시도 청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보장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비전을 함께 담도록 하기 때문에 청주는 '더불어 함께하는 맞춤형 복지'를 추구하는 민선7기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마침 계획수립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고용 부문 관계자들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어 그때 제시된 내용을 일부 정리해보고자 한다. 돌봄 대상자의 자립을 궁극적 목표로 정하는 우리 분야에서 '고용'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고용은 근로빈곤층의 자활근로사업이나 노인일자리,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아동 자립, 경력단절여성의 취업과 창업 등이 가장 많이 논의된다. 물론, 이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자립을 위한 정부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지원이 종료된 후 일반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근로빈곤층 지원을 위한 자활근로사업은 저소득층의 탈빈곤을 위한 사업이지만 사업 수익률이 낮고 일반과세자로서 생산품이 과세품목 대상이 되면서 일반 시장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 취업과 창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출산 및 육아 등 다양한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은 대체로 비정규직이 주를 이루고 갈수록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여성구직자들의 부업이 증가하고 있다. 일할 수 있다면 가능한 두세 가지 일을 하는 추세다. 야간 고용, 주말 고용 등 특화된 형태의 고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취업현장도 비장애인의 편견이 여전히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나마 청주는 대기업 표준사업장을 통해 비교적 타 지역에 비해 장애인 취업이 활발한 편이지만 장애인 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기업 현장에 대해 취업의 효과와 안정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근로시간 상한제의 시행이다. 고용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이 정책에 대해 우려스런 부분도 있지만 경쟁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새로운 틀의 고용이 증가하고 단시간 근로자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일자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용이 보장된 '좋은'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일'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할 수 있다. 유난히 '희망'이 복지에 많이 쓰이던 시절, 둘러볼수록 어려운 곳뿐인 우리 현장에 희망이 있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불행하다 하지 않은 것은 아직 그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복지 종사자를 위한 사족 한마디.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사업 특례업종 지정이 폐지되어 사회복지현장에서 적정한 시간을 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거주시설의 인력 증원, 그에 따른 인건비 향상, 임금체계 개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등 수많은 과제가 남겨졌다. 남겨진 과제의 운용에 따라 결실이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행정적 손길이 하루빨리 미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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