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성수 사회·경제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틀째를 맞은 2일 LG화학 오창1공장 주간 근무자들이 6시 정각에 맞춰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 신동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틀째를 맞은 2일 LG화학 오창1공장 주간 근무자들이 6시 정각에 맞춰 퇴근길에 오르고 있다. / 신동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개인시간을 누리려는 근로자들과 줄어든 소득을 채우기 위해 부업을 찾아다니는 근로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본 취지는 크게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개인적인 삶을 동시에 누리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확대와 고용확대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시행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양극화 현상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워라밸의 취지에 맞게 여가, 자기개발 등을 자신을 위한 시간 투자에 열을 올리는 반면, 중소·중견 기업의 근로자들은 소득이 줄어 부업을 알아보고 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저녁은 있지만 돈이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부업을 찾는 이들에게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이란 없고 오히려 부업을 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은 대출금, 생활비, 양육비 등 매월 고정지출되고 있는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연장근로를 택해왔다. 이들도 저녁있는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안이 없이 시행된 법으로 인해 이들은 결국 다른 일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법의 취지는 나쁜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OECD국가내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 정도로 근로시간이 많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달 27일 서울 여의도 회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의 근로시간(40시간)을 비교하며 주 52시간 근로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안성수 경제부 기자
안성수 경제부 기자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에 대한 여건은 나아져야 한다. 과거 주 5일제 도입도 근로자들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다. 당시에도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결국 안정적으로 안착됐다. 이번 근로시준법 개정안도 조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계도기간 동안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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