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 공개 기자브리핑에서 서복경(왼쪽 네 번째)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분석보고서를 통해 어떤 관리도 통제도 받지 않은채 국회의원의 쌈짓돈이 되어버린 특수활동비를 폐지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07.05.  /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과 분석결과 공개 기자브리핑에서 서복경(왼쪽 네 번째) 의정감시센터 소장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분석보고서를 통해 어떤 관리도 통제도 받지 않은채 국회의원의 쌈짓돈이 되어버린 특수활동비를 폐지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07.05. / 뉴시스

국회사무처가 지난 4일 공개한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지급 내역을 보면 조선 연산군때 고사(故事)인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돈이나 물건을 마구 사용하거나 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날 공개된 특활비 내역은 19대 국회가 3년간 쓴 특활비 240억 원의 세부내용으로 총 1300여건에 달한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쓴 내역을 보니 특활비 지급대상과 관계없는 항목이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혈세를 눈 먼 쌈짓돈으로 썻다고 볼 수 있다.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국회의원들이 마음껏 특혜를 누리면서 세금을 빼먹을 요령만 터득한 것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국회의원들이 박봉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알리가 없다.

국회 특활비 사용내역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회가 왜 개혁의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특활비는 정책개발과 입법 지원, 여야 협상등 의정지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월급'처럼 지출되거나 '외유성 출장비'가 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연봉이 1억4천만 원인 국회의원들이 특활비라는 또 다른 수입원이 생기는 셈이다.

입법 활동 지원을 보면 교섭단체 대표 등에게 지급되는 교섭단체 정책지원비(매달 2천500만원)와 교섭단체 활동비(매달 5천만원),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매달 지급되는 상임위 활동비(1인당 600만원) 등이 마치 '월급'처럼 지출됐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사위 활동비'를 매달 별도로 받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는 회의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도 특활비를 매달 받아 왔다. 매년 국감 기간인 9∼10월에는 상임위별로 최소 1천200만원부터 최대 5천300만원이 특활비로 지급된다. 국회의장 해외순방이나 국회의원의 외국 시찰 등 의원 외교활동에도 매년 5억∼6억 원에 달하는 특활비가 지출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방문 경비로 6만5천달러(약 7천400만원)를 지급받았다고 한다. 

이들이 고생해서 번 돈이라면 이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혈세를 쌈지 돈으로 쓰다 보니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처럼 특활비를 현금화해 국회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준 것에 전혀 가책을 못 느끼는 것이다.    

유럽 선진국같으면 공분(公憤)을 살 일이다. 모나 살린 스웨덴 전 부총리는 공공카드로 생필품 34만 원어치를 산 뒤 자기 돈으로 카드대금을 메웠으나 나중에 이 사실이 드러나 부총리 직에서 물러났다. 덴마크는 국회의원을 위한 의전차량도, 주차장도 없다. 의원들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증세차원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자고 정부에 권고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받아 무산됐다. 청와대는 금융소득에 의존하는 고령층 세금부담을 가중시키지 말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세워 매년 50억 원 안팎에 달하는 국회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 국회가 그 정도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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