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처럼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는 잔잔한 파도만이 출렁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인 수평선에 걸린 듯 한가로이 떠다니는 흰구름. 바로 그밑 조각배에 몸을 실은 어부는 거대한 게를 묶은 밧줄을 손에 꼭 쥐고 있다. 게를 잡느라 얼마나 혼신의 힘을 쏟았는지 주름진 얼굴에는 피곤함이 배어난다.
 때마침 지나던 선원들이 잡은 게를 쳐다보자 그들에게 소리친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화 하여 만든 한 제과업체의 크랩버거 TV광고 내용중 일부다.
 종전의 버거 소녀, 버거 총각과 달리 10대를 겨냥한 광고에 60대 실버 스타인 신구를 등장시킨 것도 이채롭거니와, 버거 할아버지의 걸쩍지근한 구수한 사투리가 이 시대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는 것도 다소 아이러니컬하다.
 고대 중국에 초세속적인 사상을 가진 허유(許由)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천하에 어질기로 소문난 요임금이 그를 찾아와 왕의 자리를 맡아 달라고 간청했다.
 이 말을 들은 허유는 즉시 영천(穎川)이라는 개울로 달려가 귀를 씻은 뒤 기산(箕山)에 숨어 살았다.
 또한 이때 영천 개울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려던 소부(巢父) 역시 이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영천 상류로 소를 끌고가 물을 먹였다는 고사도 전해져 내려온다.
 정치가 얼마나 추악한 것이면 천하의 성군(聖君)이라는 요임금의 간청에 귀를 씻고, 그 귀를 씻은 물이 더럽다고 상류에 가서 소에게 물을 먹였을까 만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많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요즈음, 유력한 대선후보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도하 각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자와 3자, 다자대결 등 제반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가장 먼저 피가 마를 당사자들은 역시 대선 주자들이다.
 추석을 전후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 의원의 지지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노 후보의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함에 따라 이회창 정몽준 노무현 등 2강 1약의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역시 생물인 이상 여론조사 결과는 시기에 따라, 또는 후보들의 활동과 이합집산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때문에 이들 세 후보간의 물고 물리는 공방전은 대선투표의 그날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듯하다.
 중국의 공자는 정치의 삼요소로 경제(食)와 국방(兵), 그리고 믿음(信)을 꼽았다.
 그러나 이중에서 마지막 까지 들고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했다.
 민생행보와 정치공세, 차별화도 좋고, 막판 단일화도 좋다.
 어차피 제로섬게임인 만큼 상대방을 끌어 내려야 자신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 판단했다면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이 역시 한가지 전략이자 해법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믿음이다.
 아무리 민생투어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정치공세를 편다 해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궁극적인 대권을 거머쥘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을 향한 신구의 일갈(一喝)이 저만치 망망대해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니들이 대권(大權)을 알아" jbman@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