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운영 계획에 대한 브리핑이 5일 동부창고 34동에서 도종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 이지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운영 계획에 대한 브리핑이 5일 동부창고 34동에서 도종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 이지효

우중충한 회색빛 공장이 1년 뒤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재탄생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내에 들어서는 '청주관'의 기본운영방향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에 대해 "개방, 소통, 재생을 컨셉으로 '보이는 수장고'와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미술품 보존과학의 허브로 새로운 미술체험을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술품 수장고 기능은 물론 복합예술, 과학·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이 현대미술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 문화의 산실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69년 개관이후 한국현대 미술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감안하면 문화명소로 떠오르게 될 청주관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2019년 5월 개관하면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에 이어 4관체제로 운영된다. 건축,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과천관, 역사의 숨결 속에서 국내외 근대예술을 조망할 수 있는 덕수궁관,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서울관과 달리 청주관은 옛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국내 최고의 미술품 보존·수복 시스템을 갖추고 전시·교육도 함께 이뤄지는 복합예술 공간이다.

용도 폐기된 도심 공장이나 옛 건축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꾼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내에도 많고 선진국에는 더 다양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28년에 세운 옛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며 인천아트플랫품은 일제시대 건축물을 창작스튜디오, 공연장등으로 되살렸다. 중국은 무기 공장을 예술특구로 변신시킨 베이징의 따산즈 798과 일본의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 삿포로 맥주공장을 재활용한 삿포로팩토리가 있다. 이밖에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120년 역사의 낡은 방직공장을 100여개의 창작공간으로 조성한 독일 라이프치히의 슈피너라이, 철도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등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데이트 모던은 1982년까지 화력 발전소로 사용했던 것을 리모델링해 세계적인 미술관이 됐다. 옛 담배공장처럼 창이 없는 벽돌 건물로 20년간 폐허가 된 체 철거를 기다리고 있던 운명이었지만 지금은 연 4, 5백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대영박물관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청주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마침 청주관은 한범덕 시장이 초선 때인 2011년 10월 "담배공장을 보존하고 문화 공간화 할 것"이라 밝히며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에 공을 들였었다. 4년의 공백 끝에 한 시장의 문화마스터플랜이 실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청주관 미술품 수장 규모는 1만 1000여점이며 현재는 6000여 점을 우선 수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의 지적엔 수장고 역할 보다 전시기능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화력발전소였던 데이트 모던이 세계적인 미술관이 됐듯 담배공장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도 국내외 방문객이 꼭 찾아가봐야 할 명소로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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