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는 가라, 나만의 감각으로 '디저트 맛집 꿈' 편다
열정페이는 가라, 나만의 감각으로 '디저트 맛집 꿈' 편다
  • 연현철 기자
  • 승인 2018.07.09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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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창업일기] 1. '안녕, 케이크'김민섭·김인경 공동대표
계약직·노동착취 상처 뒤로…성화동 작은 골목 '신장개업'
20대 젊은 패기로 전공 살려…매일 11가지 종류 손님 맞이
'안녕, 케이크' 공동대표 김민섭·김인경 씨 /신동빈
'안녕, 케이크' 공동대표 김민섭·김인경 씨 /신동빈

'신입사원'이 아닌 '신장개업'을 목표로 꿈을 이룬 젊은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무의미한 스펙쌓기를 벗어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사장'이 되겠다고 나선 청년들은 지역 시장을 이끌 새로운 인물들이다. 청춘을 무기로 창업을 이룬 청년들의 성장과정과 청사진은 무엇일까. 중부매일은 청주 구석구석에 갓 뿌리를 내린 청년장사꾼들의 이야기를 20회에 걸쳐 들어본다. /편집자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수습기간이 지났지만 월급은 120만원을 넘지 못했어요.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를 받아왔던거죠."

지난 5월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의 작은 골목에 디저트 전문점이 들어섰다. 젊은층을 겨냥한 깔끔한 외관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금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보기만해도 달콤함이 전해지는 케이크와 향긋한 커피는 식사를 마친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가게 주방에는 20대의 두 대표가 손발을 맞춰가며 일하고 있다. '안녕, 케이크'의 공동대표 김민섭(28)·김인경(26)씨다. 사회초년생의 나이에 과감히 창업에 도전한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었다.

"창업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가뜩이나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가 늘 불안했죠. 그래도 해야만 했어요. 더이상 차별대우를 버틸 자신이 없었거든요."

사진 /신동빈
사진 /신동빈

김민섭 씨는 3년간 방송사에서 일해 왔다. 일은 즐거웠지만 정규직이 아닌 외부업체의 계약직으로 일해오면서 서러움도 많이 겪었다. 부족한 월급은 물론이고 미지급된 수당과 직원간 차별대우는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김인경 씨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해 멋진 파티셰를 꿈꿨던 그녀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5년간 다녔던 회사에서는 교육을 명분으로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지급했다. 이른 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일을 했지만 쌓이는건 오히려 빚이었다. 배움의 기쁨과 보람은 있었지만 노동착취로 여겨지던 생활은 계속해서 그녀의 삶을 갉아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처절했던 직장생활을 접고 머리를 맞대 가게 문을 열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가게를 지키고 있다. 끼니도 제 때 챙기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상의 반복이지만 이들은 부당했던 처우를 벗어난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난 뒤 준비해야 할 게 정말 많았어요. 가게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였죠. 가게 이름이 어떻게 보면 첫 인상이잖아요. 둘 다 한참을 고민하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인사말로 결정했어요."

'안녕, 케이크' 디저트전문점 전경 /신동빈
'안녕, 케이크' 디저트전문점 전경 /신동빈

가게명을 영어로 세련되게 짓고 싶었다는 김민섭 씨와 달리 김인경 씨는 한글을 고집했다. 남들에게 있어보이기만한 이름보다 진실된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민끝에 가게 이름이 결정됐다. 그러자 막막했던 그 다음의 일들이 술술 풀려갔다고 전했다. 공동 창업이기 때문에 가게에 대한 욕심으로 서로의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각자의 든든한 조력자로 일의 어려움은 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안녕, 케이크'에서는 매일 11가지 종류의 다양한 케이크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각으로 깔끔하게 포장된 케이크는 젊은 여성들의 취향저격으로 충분했다. 김인경 씨는 섬세하고 젊은 감각으로 '먹고싶은' 케이크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김인경 씨가 케이크를 담당한다면 커피는 김민섭 씨의 몫이다. 김민섭 씨는 창업 전부터 청주시내에 있는 200여 곳의 커피 전문점을 일일히 방문해 제각각인 원두의 향과 맛을 공부했다.

사진 /신동빈
사진 /신동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라고 해서 조리법이 단순한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손이 많이 가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케이크보다 좀 더 이쁘고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디저트도 하나의 음식이라는 인식을 전하고 싶거든요."

케이크와 커피의 환상의 조합은 이 둘을 부르는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공동 창업자인 이들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이기 때문이다. 가게 매출과 실적 등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은 김인경 씨가 맡고 있다. 가게 홍보와 인테리어 등은 김민섭 씨가 담당하면서 둘은 손발을 척척 맞춰가며 가게를 이끌고 있다. 내년이면 하나가 될 두 대표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고 끝없이 달릴 것을 다짐했다.

"아직 부족한 면도 많지만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정직한 가게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청주시민 모두에게 맛있는 케이크로 인사하고 싶은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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