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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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함께 운동 한 분들과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고난 후라 점심이 맛있었다. 모두 이집 음식 맛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역시 정말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여사장님은 기분이 너무 좋은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정말 맛있으세요?"하며 은근히 자랑삼아 되물어 보신다. 우리들은 "그럼요, 어느 집보다 더 맛있어요"라고 하니 그 사장님은 주방으로 가더니 색다른 음식을 가지고 왔다.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면 복으로 돌아온다. 언젠가 나는 제천 평생학습센터에서 명품스피치란 강좌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적이 있다. 그때도 그분들에게 연단에 서기전에 다양한 청중을 분석해야 하며 연단에 섰을때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강연은 어려워지기 때문에 많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고 내용 못지않게 표정괸리 또한 중요하다고 강의했다. 소통, 이것은 분명 쌍방 통행이며 서로간의 나눔이다. 그래야 정보전달을 넘어 이해로 설득으로 공감으로 가슴에 남을 수 있다. 몇 년 전 어느 협회 회장님은 이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부족해서 미안합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금도 그분의 말씀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미어 온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분의 인격을 가름 할 수 있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는 겸손하게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분이셨다.

무릇 말에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구(口)가 세 개가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러기에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라고 한다. 본래 인격(人格)이란 말에서 격(格)은 품격(品格),물격(物格)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깊은 뜻 속에는 '깎는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 모난 것을 깎고,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을 깎아서 온전한 제 모습을 갖추었을 때 그것을 격(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 사용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사람의 생각이 깊이 실리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이 엮은 <청성잡기>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 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煩).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말은 상호간 의사전달 수단으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사회 속에서는 당연히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관계의 핵을 이루고 있는 이 말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말은 의사전달 수단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지위와 환경, 품격 등을 동시에 짐작할 수 있다. 그러기에 분명 그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이요, 인격이다. 나의 아름다운 말로 상대방의 입가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도 진정한 리더(leader)는 리더(reader)이어야 한다고 역설한 혹자의 그 말이 뇌리를 스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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