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丹楓)은 연홍(軟紅)이요 황국(黃菊)은 순금(純金)이라/ 신도주(新稻酒) 맛이 들고 금은어회(錦銀漁膾) 더 좋아라/ 아이야 거문고 내어라 자작자가(自酌自歌) 하리라.<金壽長>」
 연홍이요 순금빛의 붉은 비단옷으로 갈아 입은 가을의 산야는 우리들에게 손짓한다.
 이 어찌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에 햇쌀로 빚은 술이 익지 않으며 그 술 한잔에 한가락 이어지지 않겠는가.
 온천지를 붉게 물드린 온갖 나무의 단풍잎과 가로수의 노란 은행잎이나 산자락에 외롭게 피어 있는 들국화에도, 또 도로변에 한 줄로 서서 하늘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 머리 위에도 이 가을의 축복은 쏟아지고 있다.
 잎은 잎몸을 통해 따가운 햇볕과 물을 머금고 광합성을 하여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리고 기후의 변화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녹색의 잎이 황·적·갈색으로 변한다. 이것이 단풍이다.
 단풍은 잎의 얼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마지막 화장이며 스스로의 일생을 정리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이같은 가을의 전령사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단풍잎. 그러나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던 단풍잎도 때가 되면 그 아름다움을 스스로 접고 나뭇잎으로서의 일생을 마치고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다. 또다른 삶을 잉태하는 거름이 되기 위해서다.
 단풍의 현상은 가을 낙엽직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낙엽은 나무등 식물에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단풍잎은 낙엽의 시기가 오면 잎 속의 양분은 대부분 줄기 등으로 이동하여 엽록소는 분해되어 소실된다. 나무는 낙엽에 의해 불필요한 회분을 체외로 배출하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던 나뭇잎을 떨쳐버리고 줄기와 가지의 힘만으로 힘든 차거운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낙엽은 나무의 겨우살이를 위해 나무에 나쁜 유해성분을 담고 떨어지는 것이다. 아니 나무를 위해서는 꼭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은 또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나뭇잎이 진다. 슬픈 음악처럼, 혹은 고별의 몸짖처럼 그렇게 나뭇잎이 지고 있다.…그리고 모든 대화가 환상처럼 꺼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떨어져 가는 나뭇잎은 영원하지 않은 인간의 생명을 새삼스럽게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證言하는 캘린더>」처럼.
 이 가을.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단풍잎이 어쩌면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는듯 하다.
 따스한 봄볕의 보호를 받으면서 움튼 어린 새싹이 자라 나뭇잎이 되면 나무의 생장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제할 일을 다 한 후에는 또다른 새싹을 움트게 하기 위해 나무에서 스스로 떨어져 거름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색이 바랜 단풍잎이나 떨어지지 않는 낙엽은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없다. 이처럼 나뭇잎도 스스로 거둬들일 때를 아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 중에 이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위정자들이 그렇다.
 이가을에 스스로 떨어져야할 퇴색되고 찢긴 낙엽인 줄도 모르고 「마지막 떡잎」이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참.jo@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