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출신 김희택·김종경 셰프, 직원 식사 3끼 책임
신숙정 대표 음식철학·마인드에 고액 연봉 고사 오송에
제철재료로 국·수프·반찬 등 20가지 ··· 외국인 맞춤형도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위치한 '큐라켐'은 호텔셰프출신 주방장이 매일 3끼 호텔식 뷔페를 제공한다. 신숙정 대표(가운데)와 신라호텔 50년 경력의 김희택(왼쪽)·김종경 셰프가 다이닝룸(사내 식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청주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위치한 '큐라켐'은 호텔셰프출신 주방장이 매일 3끼 호텔식 뷔페를 제공한다. 신숙정 대표(가운데)와 신라호텔 50년 경력의 김희택(왼쪽)·김종경 셰프가 다이닝룸(사내 식당)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충북 청주시 오송에 호텔셰프 출신이 직원들에게 매일 호텔식 뷔페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방사성동위원소 표지화합물을 합성하는 연구개발전문기업 '큐라켐'(대표 신숙정). 전 직원 26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직원복지는 대기업 못지 않다.

큐라켐에서는 50년 경력의 서울 신라호텔 셰프출신 김희택(70)·김종경(63) 셰프가 직원들의 아침·점심·저녁 하루 3끼를 책임지고 있다. 김희택 셰프와 김종경 셰프는 1978년 신라호텔 주방장으로 입사한 동기로, 당시 5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실력자다.

구내식당에서는 새우, 전복, 올리브오일 등을 넣어 볶은 스페인요리 '감바스', 스테이크, 전복볶음, 훈제연어샐러드, 도가니탕 등이 상 위에 오른다. 국, 수프, 반찬 등이 20가지.

인스턴트 재료가 아닌 홈메이드로, 좋은 식재료와 50년 노하우의 레시피로 매일 하이퀄리티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큐라켐 사내식당 내부. / 김미정
큐라켐 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 김미정

수프도 매일 바뀐다. 양송이수프, 브로콜리수프, 호박수프, 조개수프 등 종류만 10가지다. 국 또한 올갱이국, 모시조개국, 소고기국 등 종류가 15가지가 넘는다. 

'킹셰프'로 통하는 김희택 셰프는 큐라켐이 오송에 둥지를 튼 2016년 12월부터 함께 했다. 김 셰프는 프랑스요리 전공이다. 68년에 요리사자격증을 딴뒤 프랑스 유학도 다녀왔다. 88올림픽, 86아시안게임, 98동계아시안게임 등 국가의 큰 축제때마다 선수들의 음식을 담당했고, 강원랜드 오픈 당시 총주방장으로서 250명의 조리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김종경 셰프는 일식 전공이다. 2018년 2월부터 큐라켐의 주방을 맡고 있다. 반찬류, 차가운 요리류가 그의 손을 거친다.

"즐겁지 않으면 이렇게 못하죠. 내가 한 요리를 직원들이 맛있게 먹을 때 기분 좋아요."(김희택)

"구내식당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주는 기업이 없어요. 주방장으로서 직원식당 운영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사장님의 마음을 전하는 역할로서 일하고 있어요."(김종경)

50년 경력의 신라호텔 셰프 출신 김희택·김종경 셰프는 큐라켐 직원들의 아침·점심·저녁 하루 3끼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1978년 신라호텔 주방장에 입사한 동기로, 당시 5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 김미정
50년 경력의 신라호텔 셰프 출신 김희택·김종경 셰프는 큐라켐 직원들의 아침·점심·저녁 하루 3끼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1978년 신라호텔 주방장에 입사한 동기로, 당시 5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 김미정

두 셰프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주방일을 시작한다.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입맛을 신경쓴다.

이슬람출신 직원들을 배려해 할랄미트를 쓰기도 하고, 고기를 좋아했던 러시아출신 직원을 위해 고기를 많이 챙겨주기도 했다.

"'맛있다'는 기본이고, 2~3년 지나서 직원들 얼굴빛이 더 좋아지면 좋겠어요. 제철재료를 많이 쓰고, 건강식 위주로 만들거든요."(김종경)

"다시마, 표고, 양파, 마늘 등을 넣어 끊인 국물을 육수로 써요. 각종 소스도 직접 만들어요. 점심을 제일 잘 먹이고, 저녁은 간단하게 해줘요."(김희택)

금요일 점심은 '분식의 날'로 정해 기본 메뉴에다가 짜장이나 짬뽕, 스파게티 등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반응이 뜨겁다.

"짬뽕 했을 때 직원들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곱빼기로 먹더라고요. 메밀소바도 인기가 좋았고요."(김종경)

김희택 셰프, 김종경 셰프, 신숙정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미정
김희택 셰프, 김종경 셰프, 신숙정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미정

호텔에서 수십년 일해온 두 셰프, 연봉 1억원을 고사하고 오송의 큐라켐을 선택한 이유는 신숙정 대표의 마인드 때문이었다.

호텔주방장을 고용해 직원들에게 매일 호텔급의 식사를 챙길 정도로 직원들을 위하는 기업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돈보다도 일하는 분위기가 중요하죠. 이곳이 제겐 마지막 직장이 될 거예요."(김희택)

"호텔에서는 제가 주역이고, 여기서는 지원부서이지만 배우는 게 많아요. 매출, 고객컴플레인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숫자로 평가받는 일이 없으니까 더 능동적으로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표님의 마인드가 좋아서 일하는 거예요."(김종경)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요리가 아직 많다는 김희택·김종경 셰프는 오늘도 '맛있는' 요리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내놓고 있다.  

 

 

"중요한 손님 오면 좋은 음식 내듯 직원 위한 것 당연"

큐라켐 신숙정 대표. 신 대표는 40대 중반까지 전업주부였다가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뒤 2009년 6월 바이오벤처기업 '큐라켐'을 창업했다. / 김미정
큐라켐 신숙정 대표. 신 대표는 40대 중반까지 전업주부였다가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뒤 2009년 6월 바이오벤처기업 '큐라켐'을 창업했다. / 김미정

발품 팔아 전국 수소문 셰프 찾아·식사는 '다이닝'
직원들 건강·행복해지면 회사 지속성장 가능해져
[인터뷰] 신숙정 큐라켐 대표

 

"직원이 몇명이나 된다고 호텔주방장 출신을 쓰냐며 주위에선 말렸지만 직원이 5명이었어도 저는 셰프님에게 직원들의 식사를 부탁했을 거예요."

큐라켐 신숙정(66) 대표는 음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식사는 '피딩(feeding)'이 아니라 '다이닝(dining)'이라는 생각이다. 일방적으로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즐기는 것이라는 마인드다.

그래서 직원들의 식사시간을 건강하게, 즐겁게 해주는 것 또한 복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음식으로 인해 병을 얻을 수도 있고, 음식 덕에 병을 고칠 수도 있어요. 식사는 '피딩'이 아니라 '다이닝'이라고 생각해요. 배불리 먹는 것 이외에 음식을 함께 즐기면서 대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내식당을 '다이닝룸'이라고 부른다.

큐라켐 신숙정 대표가 배식을 하고 있다. / 김미정
큐라켐 신숙정 대표가 배식을 하고 있다. / 김미정

신 대표는 40대 중반까지 전업주부였다가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뒤 2009년 6월 바이오벤처기업 '큐라켐'을 창업했다. 이후 2016년 12월, 김포에서 오송으로 이전해왔다.

전 직원은 26명. 그중 20명이 석·박사의 연구인력이다. 연구중심 기업이자, 일본, 미국 등 수출 비중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수출위주 기업으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 성장의 동력에 신 대표의 '탁월한' 마인드가 있다.

"중요한 손님이 오면 좋은 음식을 내잖아요. 우리 직원들이 내부고객이니까 좋은 음식을 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당장은 (셰프)임금이나 재료비가 많이 지출되겠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주는 보이지 않는 벨류가 수십배일 거에요. 그게 중요하죠."

신 대표는 유능한 셰프를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직접 물색하고 직접 찾아다니는 공을 들였다.

"두 셰프님의 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어요. 요리계 장인이죠. 두 분의 음식철학과 저의 음식철학이 잘 맞은 거죠. 음식도 좋은 음식이지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고, 직원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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