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충주 호암지
충주 호암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빼고 거의 호암지를 찾는다. 저녁 먹고 운동 삼아 호암지를 한 바퀴 돈다. 아주 가끔 오후에 시간이 나면 그때 가기도 하고. 집에서 걸어가 한 바퀴 돌고 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여름에는 가끔 시간이 더 걸릴 때가 있다. 호암지 에서 작은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음악회는 참 다양하다. 색소폰 연주, 기타 연주와 노래, 트로트 음악 등, 어쩌면 더 있을 지도 모른다. 한 날은 두 군데서 음악회를 하는데 공연 장소에서 서로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쩜 장소도 잘 만들어 놓았을까, 생각이 스쳤고 신기했다. 덕분에 두 가지의 공연의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여름에 해가지면 호암지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 운동 삼아 오거나 가족끼리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또 데이트 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낮에는 푸른 나무며 맑은 물결로 눈이 호강하고 밤에 다양한 음악회를 만나면 가끔 보석을 찾거나 숨은그림을 찾은 느낌이다. 나이를 들어가는 것인지 가끔은 흘러간 노래가 정겨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동네 형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양희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란 곡이다. 운동 선수였던 형이 섬세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니 참 멋져 보였다. 높은 음을 부를 때 살짝 눈을 감으며 부르던 형의 모습과 노래가사가 오래오래 맴돌았다. 그래서 내 눈에 기타를 치는 사람은 모두 멋져 보였다. 또 시간이 흐른 후 한 공연에서 미술선생님이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란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는데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평소 잘 부르지 못하고 좋아하는 노래인데 색소폰 연주로 들으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 다음부터 색소폰 부는 사람도 모두 멋져 보였다.

이런 멋진 사람들이 여름밤 호암지에 가득하다. 달과 별이 내려앉은 호암지에 시원한 바람, 게다가 공짜로 들을 수 있으니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신청곡도 받아 즉석에서 연주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가끔은 내가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그러면 쌓여있던 복잡한 생각들이 훌훌 날아간다.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호숫가 작은 음악회'란 플래카드 아래 무대에서 세 명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도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보기가 좋은지...나도 한참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다 일어났다.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김정호의 '빗속을 둘이서'라는 노래인데 며칠 입안에서 흥얼흥얼거렸다.

김경구 아동전문가
김경구 아동전문가

욕심 같아선 가끔은 여름밤의 시낭송도 듣고 싶다. 자연 속에는 듣는 시낭송은 건조한 일상을 촉촉이 적셔 줄것만 같다. 더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낭송을 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도 좋을 것 같다. 사계절 매력덩어리 호암지. 겨울에는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참 맑게 들리고 여름밤이면 둥근 달이 호수에 둥둥 떠 찰랑인다. 저녁이면 분수가 하늘높이 올라가 춤추고 매미소리도 귀를 시원하게 해준다. 평일에는 조용하게 호암지를 감상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색다른 연주와 공연이 펼쳐지는 호암지. 어떤 날 무슨 공연이 있는 것인지 확실히 몰라 늘 설렘을 안고 호암지를 찾게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