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8년도 제 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 장관,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2018.07.30. /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8년도 제 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 장관,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2018.07.30. / 뉴시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2.1세(통계청)다. 반면 체감 퇴직 나이는 50세 안팎(잡코리아), 희망퇴직 나이는 60세다. 원하는 시기에 퇴직해도 대부분 20년 이상은 놀고먹어야 한다. 그래서 쉰을 넘으면 연금을 주목하게 된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얼마나 될까. 의외로 많지 않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30년 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자료를 들춰봤다.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열 명중 4명꼴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정도는 아니다. 월평균 지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울산시로 49만 9천 원이다. 충북은 33만 9천 원이다. 그래서 누구는 '푼돈'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창 잘나갈 때 지금의 한 달 연금을 하룻저녁 술값으로 내며 호기를 부리던 시절을 떠올리면 무척 적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일정한 수입에 없는 사람들에게 매달 정확한 날짜에 통장에 꽃이는 국민연금이 '신통방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최근엔 국민연금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2016년 추후납부 관련 법이 제정된 이후 추후 납부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몇년새 인식이 크게 개선됐지만 난 아직 국민연금이 저평가됐다고 본다. 실례를 들어보겠다. 개인연금(종신형)으로 매월 20만 원을 20년 내면 평생 20만 원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같은조건이라면 평생 월 45만 원을 받는다. 그래도 실감이 안 간다면 실례를 하나 더 들겠다. 1988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퇴직할 때까지 27년간 3천74만 원을 납부한 62세 남성은 매월 88만 3천원을 받는다. 이 남성이 향후 82세까지 산다면 21년간 2억 3천만 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납부한 보험료의 7배를 받는다. 물론 100살까지 산다면 10배 이상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의 원인으로 드는 사례지만 수급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매력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스럽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후 한동안 소득대체율은 60%였다. 은퇴한 수급자에겐 만족한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퍼주면 2047년이면 기금이 소진된다. 그래서 2007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보험료율 9% 기준 소득대체율이 40%로 인하됐다. 이럴 경우 적립금은 계속 증가해 2043년 최고 2천465조로 천정을 친 후 이후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 소진된다.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한 세대를 지나기도 전에 지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선 2070년까지 기금 규모를 총 지출의 2배로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12.91%로 제시하는 등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 볼 때 우리 아들 세대는커녕 퇴직을 눈앞에 둔 세대도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지 걱정스럽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저출산과 정치개입 리스크 때문이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 보험료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소득대체율은 비교적 높게 설계한 것은 출산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경제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이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그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우리나라보다 빠른 나라가 거의 없다. 지난해 출산율은 30만 명 안팎이다. 6.25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 출산율이 6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출산율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뒤 세대의 연금보험금으로 앞 세대 은퇴자를 먹여 살리지 못한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그나마 출산율은 구조적인 문제지만 정치개입 리스크는 다르다. 요즘 국민연금 운용 책임자들의 자리가 줄줄이 비어있다. 현 정권이 재벌 개혁에 앞장설 코드인사 때문이라고 한다. 정권의 의도를 순순히 따라줄 인물을 물색하다 보니 투자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7.28%였다. 미국 캘퍼스 연기금 수익률(15.73%)에 절반도 안되고 일본 공적 연기금 수익률(11.03%)에도 한참 못 미친다. 올해는 연 환산 수익률 1.66%로 추락했다. 이 추세로 나가면 연금 고갈 시기가 대폭 앞당겨진다. 당연한 결과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받쳐주는 기본적인 복지시스템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마저도 정치논리에 이용하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노후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감도 접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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