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임순 단양고 수석교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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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들에게 보여줄 두 개의 거울이 있다.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해서 보여주는 거울과 미래 삶의 비전을 어떻게 펼쳐 보여주어야 하는 거울이 그것이다. 아주 당연한 사실은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없다. 과거의 일이 지나간 사실로만 여겨지거나, 한낱 교과서에서 역사라는 이름으로만 배우고 지나간다면, 우리 자신이 현재에 설 바탕도 없고 미래도 없는 민족이 되고 말 것이다.

1909년 10월 26일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로 이국의 땅 만주 벌판 하얼빈 역에서 우리 민족의 가장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하여 사살한 젊은이가 있다. 다음 해인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안응칠역사', '동양평화론' 등을 저술하고 200여점의 옥중 육필을 남기면서, 순국하는 그 순간까지 민족의 기개를 잃지 않고 정의를 부르짖은 분이 바로 안중근 의사이다.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삶을 학생들과 다시 조명하고 싶었다. 1, 2학년 학생 12명을 선발하여 '나라사랑 프로젝트 수업연구반'을 만들어 방과 후에 20시간의 강좌를 마련하였다. 2학년 학생 7명은 작년 '유라시아·시베리아 횡단 프로젝트 수업연구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 학생들이고, 1학년 학생은 소정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여 선발된 학생들이다.

서울 남산에 있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의 도움을 얻어 안중근 의사의 옥중자서전인 '안중근 의사의 삶과 나라사랑 이야기'를 교재 삼아, 낭독회와 독후감 발표회를 진행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삶을 되새겼다. 최지민 학생은 독후감을 통하여 '용기란 행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가 아니라 정말로 그 행동을 실행했을 때 비로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6월 1일은 단양에서 청량리행 기차를 타고 학생들과 함께 직접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윤신아 학예연구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시실을 돌며 안중근의사의 행적과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그의 진정한 애국심에 대하여 강의를 했다.

오늘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학생들과 4박5일 일정으로 안중근 의사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 보는 현장체험학습을 구상하여 진행 중이다. 작년에 블라디보스톡의 항일 애국지사 유적지를 돌아본 터라, 올해는 하얼빈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얼빈 역은 대규모 신축 공사 중이어서 '조선민족예술관'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돌아보고, 안중근 의사가 조국이 광복되기 전까지 유해가 묻히길 원했던 조린공원을 가 볼 예정이다. 또 일제 만행의 극치인 '침화일군제731부대유지(마루타부대)'도 304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볼 것이다.

중국의 고속철 수준은 전 세계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지금은 청출어람으로 전 중국을 실핏줄처럼 고속철도로 엮어 놓고 있다. 과거에 하얼빈에서 심양까지 열차로 14시간 걸리던 것이 단 두 시간이면 주파한다. 학생들과 하얼빈에서 대련까지 고속철을 타고 이동하며 중국의 미래의 저력을 실감하고, 단동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우리 민족의 현실도 보여주고 싶다.

대련에서는 무엇보다도 여순(뤼순) 감옥을 우선 방문할 것이다. 대련에서 212번 직행 시내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여순이다. 일제가 그 당시 러시아의 조차지인 하얼빈에서 재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 의사를 대련까지 압송하여 재판한 것은 그만큼 일제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의 증거이다. 다행히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어 과거에는 여순 감옥이 군사지역으로 중국이 개방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우리 독립의사들의 특별관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는 교육적 효과가 매우 높은 곳이다.

교사의 거울.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거울을 비춰주는 선생(先生)이다. 거울을 보고난 뒤의 판단은 오로지 학생의 몫이다. 교사가 다양한 거울을 준비하는 동안 깨질 위험도 있고 다칠 위험도 있다. 거울을 준비하고 보여주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 교사의 몫임을 생각하면, 올해도 내년에도 거울을 준비하고 보여주는 기쁨과 설렘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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