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3년 개성에서 태어나 1389년 문과에 급제, 이듬해 성균관학관이 되었다가 고려가 망하자 두문동에 은거했으나 이성계의 간청으로 1394년(태조 3) 성균관학관으로 세자우정자(世子右正字)를 겸임하며 고려말에서 조선 초의 문신으로 인품이 원만하고 청렴하여 모든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1449년 벼슬에서 물러날 때까지 18년동안 영의정에 재임한 황희(黃喜) 정승.
 황희 정승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황희 정승의 두 가복이 아웅다웅 싸우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자기에게는 조금도 잘못이 없었노라고 황희 정승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황희 정승은 『네 말이 옳다』고 너그러이 받아 들였다. 이에 한쪽 가복도 자기야말로 억울하노라고 원청을 했다. 황희 정승은 이번에도 『네 말이 옳다』며 머리를 끄떡였다.
 이를 보고 있던 황희 정승의 조카가 여쭈었다. 둘 중의 하나에게는 분명히 잘못이 있었기에 싸움이 벌어졌을텐데 왜 둘다 옳다고 하십니까. 이에 황희 정승은 또 대답했다. 『네 말도 옳다』고.
 사록에는 황희 정승을 관후정대하여 어질기로 유명했다고 적고 있다.
 너그럽고 후하고 바르고 인자한 마음을 가진 황희 정승이었으니 어찌 어질지 않겠으며 후세에 길이 그 명성이 이어지지 않겠는가.
 황희 정승의 그 속깊은 뜻이야 알듯 모를듯 하나 어지러운 요즘의 우리 세상에도 관후정대한 멋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사회 곳곳에서 소위 지도층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는 모든사람들의 몸가짐이 그래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 때 우리사회에서 회자되었던 유모어 한토막.
 한강에 세사람이 빠졌다. 한사람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고 떠들고 있는 정치인이며 또 한사람은 성직자였고 또 다른 한사람은 어린이였다. 이들 중에 누구를 제일먼저 구출해야할까 하고 묻는다. 그러자 서슴없이 정치인이요라고 대답이 나온다. 아니 왜 어린이를 제일 먼저 구출하지 않고 정치인을 먼저 구출해요. 그야 셋중에 제일 오염된 사람이 정치인이라 그렇소.
 물질만능과 개인 이기주의의 폐해에 따라 각종 환경의 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우리사회에 환경공해로 인한 피해가 말 할 수 없이 크다고 하지만 우리의 정치공해야 말로 제일 심각한 실정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철을 앞두고 우리의 정치공해는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또 정치공해를 방지할 시설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정치공해가 제일 무서운 공해이다.
 하긴 정치적으로 세상을 바라볼때 이미 거기에는 순진성이나 신의 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 국민들의 가복이 되고자 하는 자나 이들의 권세를 빌여 세를 과시하는 자들이 내뱉고 있는 「말·말·말」들을 듣노라면 황희 정승의 일화가 되새겨진다.
 황희 정승이 오늘에 있었다면 또 『네 말이 옳다』『네 말도 옳다』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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