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6차 촛불집회'가 3일 청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헌정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충북 범도민 2차 시국대회에서 성난 민심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김용수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6차 촛불집회'가 3일 청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헌정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충북 범도민 2차 시국대회에서 성난 민심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김용수

촛불과 탄핵,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적폐'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박근혜 정권과 그 국정농단에 동조한 고위공직자들, 새누리당과 그 후신인 자유한국당을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으로 낙인찍어,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으로서는 2020년 총선까지 이러한 적폐 프레임을 가져가고 싶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자유한국당이나 친박세력내에는 적폐로 간주할 만한 비리나 악습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 싯점에서 비록 상대방보다는 적을지라도, 그동안의 자신들의 적폐는 전혀 청산할 생각 없이 오히려 그 패악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것은 민주당 정치세력들이 아닌가 우려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 민주당의 정치행태를 보면, 그러한 우려를 더욱 지울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시작 전부터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었다. 어떻게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로 지역 민주당에는 공천 희망자들로 넘쳐났다. 이러한 사정은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쥐고 있다는 국회의원, 도당위원장, 공심위원장과 그 측근들에게는, 자신들 마음대로 후보자들을 내치거나 줄 세우는 공천갑질을 하고, 돈이 되었든 측근 내세우기가 되었든 한몫을 단단히 챙길 호기가 될 수 있었다.

이는 시민들의 의사와 상식을 무시한 오만한 공천에서 먼저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미투 운동의 당사자로 지목된 우건도(충주시장 후보), 이미 공선법위반으로 내사중이었던 김인수(보은군수 후보)와 하유정(충북도의원 후보)의 공천을 강행했다. 시의원 선거에서는 이보다 더했다. 일부 현역 시의원들을 공천배제하면서 아무런 사유도 고지하지 않았고, 어떤 선거구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나,다 순번을 번복하기도 하고, 어떤 선거구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낙천한 사람을 재공천하고(심지어 그에게 나번을 주었다), 사상 초유의 다번 경선을 벌이기도 했다. 청주시의원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4명의 정수를 초과한 5순위 후보까지 공천하는 호기를 부렸다가, 5순위 후보자가 자진사퇴함으로 민망함을 면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공천기준과 후보검증도 없었고, 지역내 패권을 가진 유력한 정치인들의 도를 넘는 입김과 행패가 난무했다는 반증이다.

지역 민주당의 공천과정에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의혹은 드디어 대형사건으로 터졌다. 박금순, 임기중 의원간의 공천헌금수수 사건으로 말이다. 박금순 시의원은 실질적인 공천권자가 자신을 공천배제 하려고 해서 2천만원의 공천헌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이 돈을 일시 받았던 임기중 도의원은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던 것뿐이고, "변재일 도당위원장을 찾아가 부탁해보라" 말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 변 의원은 박 의원이 공천 희망하는 지역인 청주자선거구(오송,옥산,운천신봉 등)와 무관한데 반해, 변 의원은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직국회의원이자 도당위원장이고, 임 도의원은 그 최측근 중에 한명으로 그 스스로 변 의원을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임 도의원은 정치후원금이라고 변명하지만, 많은 이들은 누군가가 공천갑질과 공천장사를 하지 않았나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다수 권력자가 연루되어 있을 것으로 의심되고, 돈을 준 사람도 처벌을 받기에 진술번복과 증거왜곡이 충분히 예상되고, 실제 지금도 일부 관련자들은 진술의 뉘앙스가 바뀌고 있다. 그러함에도 신속히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압수수색을 통하여 증거를 확보하기는커녕, 수사기관은 당사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며 마냥 내사중이라고만 한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사실 민주당은 이번 승리를 공짜로 얻었다. 시민들의 적폐 청산과 변화에 대한 열정으로 승리가 그들에게 장마처럼 퍼부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그 장마 속에서 수많은 폐수를 방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만약 그렇다면 응당 사과를 하고 그 책임자는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적폐라는 단어에는 동사와 대상만 있고, 그 주체는 없다. 쓰레기는 상대방이 쌓을 수도 자신이 쌓을 수도 있는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이 그 쓰레기가 되어 청산될 수도 있다. 2년 뒤 총선 혹은 4년 뒤 지방선거에서는 누가 청산되어야 할 쓰레기가 될 지, 그것은 당신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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