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한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8.07.10. / 뉴시스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한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8.07.10. / 뉴시스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이루자는 이른바 '워라밸' 바람이 불면서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이 담겨있기도 하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좋은 의도와 달리 통장잔고가 부실한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인들을 지칭하는 소상공인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 매출이 12% 급감해 업종에 따라서는 아르바이트 수입에도 못 미치는 자영업자도 많다. 이 때문에 종업원들에게 최저임금도 못 맞춰준 영세업체 위반건수가 작년보다 44%가 늘었다. 최저임금에 대한 개선요구가 쇄도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소상공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업종별 차등 적용 안을 표결에 부쳐 14대 9로 부결시키자 소상공인들은 "정부와 노동계가 짜고 친 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계와 사용자 사이에서 '심판'역할을 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계 편을 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중간위원 상당수가 노무현 정부 또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소상공인들은 그 어느 곳에도 기댈 언덕이 없다.

전국 350 소상공인들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움(불이행)선언과 장외집단행동 등 생존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식적인 창구와 절차를 통해서는 개선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지표를 보면 소상공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4.6% 급등하면서 전국 소상공인들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소상공인 한 곳당 영업이익을 월 209만원으로 월평균 329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임금근로자의 63% 수준에 그쳤다. 사업밑천을 쓰고도 이정도 수입이라면 금융비용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돈이 더욱 적을 것이다.

작년 하반기 음식·소매·숙박업 등 8개 업종의 폐업률(2.5%)이 창업률(2.1%)을 추월한 것은 예견된 결과다. 특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 15% 임금을 인상할 경우 소상공인 근로자 55.4%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게 된다는 통계도 나왔다.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소상상공들이 실력행사에 나선다고 해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실적으로 점포 문을 닫고 장외투쟁에 나서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가 영세 소상공인들의 호소에 귀를 막아버리면 한국경제의 기반이 무너진다.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면 결국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작년 8월 이후 10개월간 중소사업장 1만7천239개가 사라졌다. 제 2의 외환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5개월째 '고용참사'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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