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길에서 쇼핑은 즐거움 중의 하나다. 대다수 여행객들은 백화점 등 현대화된 쇼핑센터 보다는 그 지방의 재래시장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파리의 벼룩시장은 매우 유명하다.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필요한 물건을 바꿔 쓰는 물물교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벼룩시장과 더불어 인기를 끄는 곳은 토산품을 파는 재래시장이다. 흔히 「후리아 마켓」으로 불리는 재래시장은 값도 헐하고 그 나라의 정취를 더불어 감상할 수 있다.
 폴란드의 고도 크라크푸엔 올드타운이라 불리는 재래시장이 있다. 중앙광장에는 「수키엔니체」라는 직물시장이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르네상스 양식의 이 건물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죽제품, 목제품, 수제 식탁보, 그리고 폴란드의 특산품인 호박을 판매한다.
 재래시장 맞은편에는 첨탑의 높이가 81m나 되는 성모 마리아 성당이 있고 그 첨탑에서는 지금도 칭키스칸의 침입을 알리는 트렘펫이 매 시간마다 「헤이 나우」를 연주한다.
 땅거미가 어슬어슬 짙어지면 올드타운 광장엔 짚시족이 찾아든다. 불춤도 추고 바이올린도 연주하며 여러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재래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여흥을 돋우는 볼거리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도 여기에 못지않는 한마당 축제의 장이다. 값이 비싸다느니,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냐는 둥 흥정붙임이 요란하다. 한편에서는 혼기찬 딸아이의 사주도 보고 떠돌이 약장수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재래시장의 1차적 기능은 역시 경제활동에 있는 것이지만 이외에도 서로 얘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한 재래시장이 대형화된 유통업체에 된서리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무슨 마트다, 마그넷이다하는 대형 할인점에 이어 카르프라고 하는 외국계 유통업체도 청주 상륙 채비를 차리고 있다.
 그것도 서문시장 코 앞에서 개점을 서두르고 있다. 물건 값이 우선 헐한데다 시설이 편리하기 때문에 재래시장이 이를 대적한다는 것은 다윗의 돌팔매질에 불과하다.
 시장의 기본원리는 경쟁에 있는 것 아닌가. 값 싸고 편리한 곳을 소비자가 즐겨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여기에서 재래시장이 살아 남으려면 재래시장이 갖고 있는 강점을 부각시키는 일이다. 시설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그런 측면에서는 대형 할인점을 당할 수 없다.
 남대문 시장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쇼핑 장소로 가장 많이 애용하는 곳이다. 유명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제쳐두고 이곳을 찾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재래시장 부활의 해법이 나올만도 하다.
 재래시장을 민속축제의 마당으로 가꾸면 어떨까. 가령 조선시대 보부상이나 객주의 모습을 재현한다든지, 남사당 공연을 정기적으로 펼친다든지 하는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아날로그 시장과 디지털 시장이 같은 조건하에서 게임을 한다는 자체가 무리이지만 시장의 주체는 역시 사람이고, 고객의 대다수는 아직 아날로그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으면 한다.
 대형 할인점을 뒤쫓거나 흉내내는 형태가 아니라 재래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시장의 정체성을 살려 나간다면 능히 거인 골리앗과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볼거리, 먹을거리, 겪을거리가 즐비하고 훈훈한 인정이 김이 예전처럼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면 재래시장을 찾는 장나들이 행렬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lb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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