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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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관계의 어려움이다. 부모자식 간의 문제, 부부 간의 문제도 모두 관계의 문제들이다. 친구 간의 친소문제, 연인들 간의 갈등문제도 관계의 문제다.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문제다. 관계 관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증폭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의 문제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문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문제가 아닌 양자 간의 상호적인 관계다. 나와 똑같이 감정과 생각을 지닌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의 문제는 나만의 문제가 아닌, 너만의 문제가 아닌 너와 나의 문제, 즉 상호적인 문제다.
 

#관계의 문제는 상호적인 문제

또한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심리적 거리의 문제다. 핵심은 고무줄을 당기듯 어떻게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느냐다. 고무줄은 양쪽에서 동시에 당기면 끊어지고 만다. 양쪽에서 같이 당기지 않으면 고무줄은 더 이상 고무줄로써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관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것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서로 고무줄을 당기지 않는 것은 관계의 무의미성을 말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가 긍정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부모 자식 간의 문제로 보자. 부모와 자식이 흔히 말하는 '밀당', 즉 밀고 당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관계가 어긋나고 만다. 부부간에도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되풀이 하면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직장에서 모두가 자기주장만 하게 되면 배는 산으로 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 자식 간에, 부부 간에 서로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한 경우다. 친구 간의 관계도 어느 한쪽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랑과 우정이 싹틀 리 만무하다.

고슴도치들은 추우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하지만 곧 서로의 가시에 찔려 다시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또 추위를 느끼고 서로 다가가지만 이내 다시 물러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절묘한 거리를 찾아낸 결과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도 있다.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않게" 관계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모든 관계는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 최적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가까울수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교육에서도 관계 관리는 중요

교육에서도 관계 관리는 중요한 덕목이다. 『채근담』에 의하면 "지나치게 다그치거나 엄하게 대하지 말라"고 했다. 사람을 너무 다그치면 도리어 분노를 사게 되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너무 따지거나 상대를 이기려하지 말라"고도 했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만이, 또 이기는 것만이 현명함이 아니란 것, 이길 수도 있고 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교사의 권위를 가장 먼저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경우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많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마땅히 가려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가혹하게 따지기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현명한 지도가 아니다.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넘어가는 구석도, 거짓과 진실을 가려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해하고 넘어가는 아량도 필요할 것이다. 남세스럽지만 그것이 필자가 늘 강조하는 '포용적 교육'이다. 상대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관계 관리의 일차적인 요소다. 눈치를 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 이해하고 긍정적인 관계로 이끌 필요가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땐 "당신 덕분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땐 "괜히 나 때문에."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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