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魯)나라에 미고(尾高)란 사람이 살았다. 그는 나면서부터 정직한 사람이었다. 한번 약속한 일이면 절대변동이라는 것을 몰랐다. 어느날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냇가의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약속한 시간에 어김없이 다리 밑에 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약속시간이 되어도 나오기로한 여인은 나오지 않았다.
 미고가 하도 고지식하게 매달리니까 헛인사로 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들의 눈을 피하지 못해 못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고는 약속인 만큼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온다고 한 여인은 결국 오지 않고 다리 밑의 물이 슬슬 불어 올라왔다. 처음에는 발등을 적시고 무릎까지 올라오더니 갑자기 물살이 거세졌다. 미고는 그때서야 당황하며 밖으로 나오려고 했으나 이미 때를 놓쳐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거문고나 비파를 탈 때 제소리를 내려면 줄의 받침대를 밀고 당기고 해야만 한다. 그런데 받침대를 접착제로 딱 붙여 놓으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므로 악기로서의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를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 한다. 즉 미고란 사람처럼 변통할 줄 모르고 곧이곧대로 믿으려고 한 우매함을 가르키는 말이다.
 미고의 변통할 줄 모른 신의는 곧 신의는 신의인데, 가치없는 신의답지 못한 신의, 어리석은 신의 등등으로 비유되고 있다.
 조흥은행은 1백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897년 2월 19일 순수 민족자본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은행인 한성은행으로 창립되었으며 해동은행, 대구은행 등 4개은행을 흡수합병 하면서 성장했다. 1943년 동일은행과 합병하면서 전국에 총 74개의 점포망을 갖춘 조흥은행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이후 90년대 중반에는 시중은행 중 3년연속 업무이익 1위, 최다점포망 보유 등 국내은행 중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97년 IMF한파로 인한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라 지난 99년 4월 충북은행, 이후 강원은행등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21세기 금융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면서 「어흥 ! 한국호랑이」임을 내세우며 우리 금융산업을 지키겠노라고 표호 했었다.
 
 이때 조흥은행이 충북도및 도민들에게 약속한 것이 「본점의 중부권 이전」이었다. 충북도및 도민들은 이를 미고(尾高)처럼 철썩같이 믿었다. 그리고 늘 외쳤다. 「본점 이전은 정치적 술수가 아닌 사회적 신의이며 청주로의 이전이 당연하다」고.
 그러나 정부는 조흥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과 관련 매각이 불가피하다며 11월중에 반드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그동안 충북도와 도민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던 「본점 청주 이전」은 물거품.
 결국 본점 이전 약속은 처음부터 「눈가리고 아웅」이었을 뿐, 조흥은행의 신의(信義)가 아니었고 충북도와 도민들은 결국 다리 밑에서 애인을 기다리다 빠져 죽은 미고가 되었다. 우리만 몰랐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뭐라 했는지. 역시 교훈이다.jo@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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